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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오빠, 오빠 뭐해? 머리 기르고 있다고? 그럼 머리 기르는 동안 내가 오늘 읽은 책 얘기 해줄까? 웅, 싫구나. 그래도 할거야! <조이 슬링어>라는 사람이 쓴 책이야. 제목은 무려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
당연히 쉬울리는 없을거야.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고 생각해. 말하자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라고나 할까. 죽을 운명이면 어떻게든 결국 죽는다고나 할까. 아니아니 그건 됐고, 아무튼 죽은 아내의 복수를 하려다가 뜻밖에 전설적인 살인자가 되어버리는 ‘발렌타인’이라는 할아버지 하고, 거기에 그 할아버지를 추종하는 괴짜 노인들이 가세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 소설이야.
‘밸런타인’이라는 이 할아버지, 세명의 망나니들 때문에 부인이 겁에 질려서 죽었다고 하네. 겁에 질려서 죽기도 하냐고? 응, 사람이 그렇게도 죽는 모양이더라구. 그래서 이 할아버지 세 명의 망나니 자식을 찾아내 죽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그런데 마음은 먹어도 좀처럼 실행으로 옮길 수가 없는거야. 그도 그럴만한 게, 지금까지 다른 사람한테 조그만 상처하나 입혀 본 적 없는데다가, 올해 연세가 여든 한살이나 되시거든. 열아홉살짜리 창창한 젊은이들을 죽이고 그 사건을 남은 인생동안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했겠지. 짜증스럽게까지 느껴졌을 거라 생각해.
할아버지가 살인무기랍시고 선택한게 뭔지 알아? 번지점프 줄이야. 웃기지? 딱히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상황을 흥미롭게 만들고 싶어서였을 뿐이라나. 나도 듣고 조금 황당했어. 원래같으면 그냥 그놈들 뒤로 슬쩍 다가가서 타이어 교체할때 쓰는 잭 핸들로 대여섯번 머리통을 후려치거나 했을텐데, 그 당시가 아마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너나없이 번지점프 얘기를 하던 시절이었다나 봐.
번지점프 줄로 사람을 죽인다는게 상상이 안되더라. 번지 줄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려면 그걸로 목을 조르는 수 밖에 없는데 도구가 뭐가 됐든 목을 조르려면 분명히 몸싸움이 벌어질 게 뻔해. 여든 한살인 발랜타인 할아버지로서는 당연히 무리일 수밖에 없지. 일곱살짜리 꼬마 여자애하고 붙어도 뼈가 부서질거야. 제일 중요한 건, 어쨌거나 목을 조른다는 것 자체가 번지점프 줄의 기본적 성향하고 애당초 맞는 구석이 없다는 거야. 번지는 번지다워야 매력인데 뭔가 번지스러운 맛이 없잖아.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의견을 물으며 다녔다가는 나중에 꼬리를 밟힐수도 있어. 아니 그 전에 조언을 구할 사람 자체가 없었어. 완전히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 같은게 몰려오는 찰나에, 때마침 이 발랜타인 할아버지 정말로 어처구니 없이 의도치 않던 방법으로 망나니1을 보내는데 성공하게 돼. 거봐 죽을놈은 결국 어떻게든 죽더라고.
여기에 잔뜩 고무된 할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노인 거주시설인 '수도원'에 몸을 의탁하기로 해. 여기서 다른 노인들한테 자신의 복수 계획을 털어놓는데 이게 또 와전되서 전설적인 살인자 대접을 받는데에까지 이르는거지. 결국에는 사회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노인들의 살인 집행위원회같은 모임까지 만들어져. 일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고? 그러게 과연 이런식으로 황당하게 나가다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하지?
노인들로 이루어진 ‘사회정화 자경단’이라니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런데 이 사회가 범죄자들이 목숨을 잃는것은 크게 다루면서도 노인들의 죽음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이 노인들을 수도원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손님’이야. 왔다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슬같은 사람들이라. 뭔가 아이러니하지않아? 그런 이야기야. 우리나라도 급격한 노령화로 203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 24.3퍼센트, G20국가중 4위로 올라선다고 하네. 정말 남이야기같지 않아. 뭐라고 2030년이 오긴 오냐고? 그야 나도 모르지 순팔 오빠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