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여객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초대형 참사가 일어난 악몽같은 7월 28일.
그날 밤 「9시」에 ‘닉’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연행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그의 차에서 권총을 발견했으며, 그 권총에는 그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아내와 작은 감정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상황이 ‘닉’에게는 불리하게만 돌아간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닉’은 절대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취조실에 혼자 남겨져 있던 ‘닉’의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나 이상한 이야기를 꺼낸다. 『당신의 아내는 죽지 않았다. 내말을 들으면 그녀를 살릴수 있다.』 그리고 ‘닉’에게 한통의 편지와 시계를 건내주고 사라진다.
그렇다면 살해당한 여자는 자신의 아내가 아니였단 말인가? 아내는 죽지 않은 것인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닉’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동안, 시간은 흘러 시계는 10시 정각을 가르킨다. 그 순간 ‘닉’의 몸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 밖에도 『나비효과』라던가 『데자 뷰』, 『리플레이』같은 ‘타임 워프’를 소재로 한 여러 이야기들을 한번씩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리처드 도이치>의 이 소설 『열세 번째 시간』과 같지는 않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간다는 흔한 설정이 아니라, 시계의 분침이 한바퀴 돌아 정각을 가르킬 때마다(한 시간 경과시 마다) 정확하게 한시간씩 더 앞당겨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해서, 잘못된 결말을 바로잡기 위해 닉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모두 12번. 시간을 역류해도 운명이라는 놈은 좀처럼 원하는대로 바뀌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진상을 알아내고 깨닫음을 얻어 그것을 바탕으로 재도전하는, 마치 비디오 게임에서의 ‘리셋 플레이’와 같은 진행이 반복된다. 확실히 새로운 스타일이고 흥미롭다. 매번 한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매순간이 촉각을 다투는 긴장상태다. 루즈해질 틈이 없다.
읽는 동안,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타임슬립이라는게 정립된 이론도 아니고 ‘이상하다 이상해’를 되뇌여야 할만큼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 진짜로 아쉬웠던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를 되풀이 할 때마다 진실이 한꺼풀씩 밝혀지고 그 순간의 반전을 즐기게 되는 게 이 소설의 포인트인데, 처음에는 주인공이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직접 보고 듣고 겪어서 밝혀지던 진실이, 어느 순간부터는 주인공이 없는 곳에서도 다른 인물들끼리의 대화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시선만으로는 모든 것을 명쾌하게 해명하는게 역부족이라고 해도 이러면 기껏 힘들게 시간여행을 해서 알아낸 의미가 반감되지 않나. 타임-슬립 소설이던 것이 뒤로 갈수록 그냥 스릴러를 읽고 있는 감각이 되어 버리는 것은... 그래도 확실히 재밌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