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원에는 매일같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리고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우리는 일일이 관심 갖지 않는다. 그저 공원 풍경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지나치면 그 뿐인, 그런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만남이나 사건들.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그런 일상들.

「127회 아쿠타가와상」수상작인 표제작 <파크 라이프>는 도쿄의 히비야 공원을 자주 찾는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보내온 인생이나 하루하루의 일상이 상세하지만 담담하게 묘사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인생을 살아오면서나 일상속에서 맞닥뜨려온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공원에서 스쳐 지나는 그런 정도에 불과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저마다 혼자이고, 언제 찾아와도 그모습 그대로인 공원처럼 고독하고 무덤덤하고 단조로운 인생, 저자가 말하는 <파크 라이프>란 그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의 일상을 돌아 본다. 무위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는가 자문한다. 나 이외의 사람들과의「관계」에 무심하지는 않았는가 되돌아본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보내 온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생에의 변화를 다짐한다.

 전철에서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는「그녀」. 그녀는 이야기의 말미에『좋아, 나 결정했어』하고 중얼거린다. 사람이 무엇을 결심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녀의 그 중얼거림을 계기로 주인공도 마지막에『지금 막 뭔가를 결정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느낀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런가하면, <파크 라이프>외에 <플라워스>라고 하는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고,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남자라는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인물상이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플라워스>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전개에 불안불안하다가, 이런 결말이라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하는 그런 감동이 있다. 조금은 우유부단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인 것 같던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기어코 제대로 된 남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만다. 이 장면은 추악한 인간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초조함마저 느끼게 되는 이야기 끝에 그야말로 한줄기 서광이 비쳐오는 순간이다. 인저리 타임에 터진 역전골 같은 안도감이랄까.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아직 세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되뇌이게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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