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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6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남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이렇게 유카의 문제는 모두에게 잊혀져 가고 있다. 자신의 문제가 타인에게는 별것도 아닌 문제라는 걸 느낄때 표현할 수 없는 고독에 외로운 법이다." (127페이지)
소설속에 흐르는 공기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다. 불경기의 여파로 도산 직전에 놓인 영세 기업이나, 빚독촉에 시달리는 저소득 가정과 같은 이야기의 무대나 물리적 배경만이 그 이유는 아니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고독하고,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깊다. 그리고 그 상처는 이야기 속에서 더욱 곪아 상처를 키워간다.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서도 빛은 찾아들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그 상처 또한 아물어 들지 않는다.
주인공은, 카스미라는 이름의 30대의 여성. 어느 날, 5살이 된 카스미의 장녀가 사라진다. 사건인지 사고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정말이지 단서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윽고 경찰의 수사는 답보상태에 이르고, 카스미는 혼자서 딸을 찾아 헤매게 된다. 불륜 상대인 이시야마와의 이별, 딸의 수색을 단념하는 남편, 참혹한 것을 보는 듯 쏟아지는 주위의 시선. 하나하나가 카스미를 고독으로 몰아넣는다. 사건 이후 몇년이나 지나서도, 신흥 종교나 미해결 사건을 다루는 TV프로에까지 매달리는 카스미는, 딸을 찾는 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목적 그 자체가 되어 버리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리고, 남은 차녀를, 장녀만큼 사랑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한다.
카스미는 이 괴로운 고독감으로부터의 탈출을 바라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고독하게 하는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버튼을 누른걸까. 그것들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되돌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딸의 실종이라는 사건으로 인해서 고독하게 된 것이 아니라,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회복 불능 상태의 고독에 빠져 있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그녀의 탈출에의 바람은 비통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소설 안에서 그려지는 어둠의 깊이는, 반대로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바라면 바랄수록, 행복해지고 싶다고 바라면 바랄수록, 어둠을 직시하고 상처를 떠안아야 한다고 말하면 너무 비관적일까.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 삶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해져 간다. 결말에 도달해도 고독은 치유되지 않고, 탈출을 바라는 하루하루가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지리라는 예감만이 남는다. 이것은 책을 덮고 나서도 나의 인생은 계속되는 것과도 같다.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매일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체념은, 소설속 주인공들과 비밀스러운 것을 함께 나누고 있는 듯한 기묘한 공유의식마저 느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