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살인 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1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이 지긋하신 노부인을 주역으로 내세운 탐정소설은 지금까지 꽤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연륜과 지혜를 무기로 한 특이한 탐정을 어필하고 있을 뿐, 인물을 제외하면 그 내용은 다른 추리소설들과 큰 차이를 찾기 힘들었던 같다. 노인이면서 게다가 여성이라는, 기존의 탐정 이미지와는 조금 벗어난 이 노부인, 혹은 노파 캐릭터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서는 아마존의 여인왕국에 홀로 남겨지게 된 남성처럼 눈에 띄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뿐, 그 자리에 할머니 탐정대신 다른 평범한 인물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야기가 크게 변할일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하다.

오래전,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상당히 참신하고 쇼킹하게 느껴졌을 것 같지만, 지금은 이미 신선함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리인 낡은 캐릭터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식상하다고 까지 말할 생각은 없고, 그저 사람뿐 아니라 괴물이나 귀신까지 탐정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마당에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점이 별다를건 없을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작품, '리타 라킨'의 '글래디골드' 시리즈 첫작품인 <맛있는 살인 사건>은 그런면에서 조금 별다른 범주에 들어갈만한 소설이다. 이건 주인공인 탐정만 살짝 노부인으로 바꾸어 놓은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주인공이자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글래디 골드여사를 포함해서 그녀를 도와 활약하는 주변인물들, 그리고 살인사건의 피해자까지 모두 고령의 노인들이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로맨스의 상대역조차 예외가 아니다. 노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가운데 몇 안되는 젊은이들은 이 소설에서 오히려 게스트 같은 역할을 한다.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이 주역이라면 왠지 정적이고 느릿느릿하지만 대신에 젊은 사람이 보여주지 못하는 노련미 넘치는 추리솜씨를 뽐내는 그런 류의 작품이 될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왠걸, 이 골다공증에 노안, 건망증까지 떠안고 사시는 평균연령 76.5세의 할머니들은 마치 한창때의 철없고 호기심많은 사춘기 여중생들 같다. 쉴세없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수다쟁이 할머니들의 요절복통 코미디는 정말로 유쾌하다. 마치 한편의 코믹한 티비드라마를 보고 있는것 같다. 중간중간 할머니들이라는 사실을 잊을만큼 건강하고 발랄한 사고를 가진 할머니들의 에너지가 가득해서 읽는 동안,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즐거운 기분을 만끽할수 있었다.

추리라는 면에서는 기상천외하다고 하기에는 좀 얌전하다고나 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작품의 분위기나 등장인물들의 특성에 맞는 기발한 범행수법과 결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다보면 언젠가는 누구라도 이런 때가 오게 되겠지만 이렇게 유쾌하게 살수 있다면 늙는다는 것도 그렇게 몸서리 칠만한 일은 아닌것 같다. 더더군다나 탐정일까지 겸할수 있다면 말이다. 글래디골드 여사가 본격적으로 탐정사무소를 개업한다는 2편이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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