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라산의 사자들 1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병무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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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이 가브리엘 케이"라는 영화배우같이 근사한 이름의 이 작가는 예전에 <티가나>를 읽고 먼저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방대하고 근사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티가 난다) 그렇다고 완전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 단번에 올려놓은 것은 아니고 관심대상에 올려놓았다고나 할까. 이 작가의 작품을 한 편 정도 더 읽어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

그런데 3년 정도 지나서 닌자처럼 소리소문없이 나타난 이책 <알 라산의 사자들>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그야말로 대작 판타지이였다. 판타지 소설이 맞기는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판타지라는 어감과는 뭔가 상성이 맞지 않는다. 대체 역사소설, 혹은 가상 역사소설이라는 느낌? 방대하기도 방대하지만, 너무나 리얼하고, 근사하기로는 <티가나>의 몇갑절 이상이다.

아무래도 대작 판타지인만큼 <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비교되는 듯 하지만, 톨킨을 능가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마법이 난무하는 톨킨의 세계와는 그 방향성이 다르다. <반지의 제왕>이 워낙 유명한 탓에 그래도 설마 반지만 하겠어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 이 두작품을 읽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마도 독자의 취향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리얼한 판타지, 이슬람 역사 중 특히 시아파와 수니파와 같은 종교 대립에 관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그 분위기상 거의 맞춤 판타지 소설이다.

초반에 이름이 엄청 헷갈리지만 이름에 대한 것은 꼭 이소설만의 애로사항은 아니고 등장인물이 많은 외국소설를 읽다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그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곧 아름다운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배경인 "알 라산" 지역은 이베리아 반도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가상의 땅. 무대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얽힌 실제 민족, 종교적 대립을 떠올리게 하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소설 속으로 옮겨와 전반적으로다가 흡사 한편의 대하 역사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해준다.

각자의 조국을 등지고 떠나온 길에 운명적으로 조우한 뒤, 적이지만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두 사내 카이란과 로드리고,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여인 예하네. 영웅으로 태어난 자의 숙명이란 이렇게 가혹할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뭐 이러한 감각의 이야기인데, 현실세계와 흡사한 그 세계관의 선명함이 수많은 판타지 소설과 비교해 보아도 단연 존재감 있음이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마치 실제 역사속의 인물들인양 개성이 활어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 역사책을 뒤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유럽이나 중동지역의 역사 어느 부분에선가 이들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 것을 진짜로 발견하게 될것만 같다.

저자의 화려한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웅장한 대서사시였다. 정통 판타지의 화려한 맛은 없지만, (그도 그럴것이 마법이나 용이나 엘프같은 것들은 한톨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서사성과 드라마가 이런 아쉬움(많이 기대하고 있었다면)을 다 커버하고도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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