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
어맨더 필리파치 지음, 이주연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독창적으로 스토킹 하겠습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스토킹하고 있는데 그 여자는 또 다른 남자를 스토킹하고 있다. 여자는 아직 초보라 스토킹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신의 스토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을 흉내내서 보내다가, 나중에는 아예 귀찮아져서 이름만 수정액으로 고쳐 고스란히 재활용한다. 그러니까 결국 마지막에 남자가 받는 편지에는 첫번째 남자의 알몸사진이 들어있거나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다른 남자를 미행하고있는 여자를 미행해야 하는 남자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얼마나 쓰라릴까. 그런데 이 기차놀이 같은 관계는 곧 역전되서 반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살아있는 시체들의 연애>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소설은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창작 수업과정에서 코믹 소설 교재로 쓰이고 있는 작품이라 한다. 읽어보니 확실히 한편의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를 감상하고 난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도 영화화가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읽었더라도 틀림없이 영화화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을 것.

"린은 스토커가 되었다. 그녀가 스토킹을 시작한 이유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지만 사실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녀는 육체건강보다는 정신건강 쪽에 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모의 갤러리 대표인 린은 욕망을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스토킹을 시작한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스토커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도 연애도 모두 심드렁한 자신의 상황을 타파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나름대로 진취적인 의도로 시작한 스토킹인데 이런 일종의 심리적, 정신적인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 거부당할때에야 비로소 욕망을 느끼는 주인공 린을 필두로, 하루하루 열심히 스토커 치료를 받으로 다니는 앨런, 호기심 중독증으로 정신과 의사 자격을 박탈당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신세가 되어서도 좀처럼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는 레이를 비롯해 섹스 중독증, 강박증등등의 온갖 정신적 질환을 안고 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이 이책 안에는 넘쳐난다.

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얽히고 섥혀서 만들어내는 연애담은 황당하면서도 연신 배꼽을 잡게 만든다. 현실은 코미디라고 했던가. 좌충우돌하는 이들을 보면서 언뜻언뜻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 것은 씁쓸하다. 현대인들의 병적인 심리와 라이프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읽으면서 웃고 있다 보면 그런 씁쓸한 뒷맛같은 것은 어느새 다 날아가 버린다. 결론은, 보기 드물게 많이 웃긴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