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아빠가 피임을 안 해서 생긴 애였다. 그러니 엄마는 멍청했고 나는 운이 나빴던 거다.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어찌 보면, 나는 멍청한지 아닌지 말할 처지도 아니었다. 어쩌면 멍청한 놈이 맞을거다. 콘돔 포장 위에 빠진게 하나 있었다. 경고! 이것을 제대로 씌우려면 아이큐 10억은 되어야 함!"(p188) 주인공은 런던에 사는 15살의 소년 샘. 32살의 젊은 엄마가 있다는 것 이외에는 평범한 소년이었던 샘이지만, 어느 파티에서 알게 된 앨리시아라는 소녀와 친해진 것을 계기로 운명이 바뀝니다. 앨리시아가 임신해 버려면서 이 두 명의 장래는 암흑. 그런 때에 샘의 엄마마저 아이를 가지게 되고(물론 아기의 아버지는 샘의 친아버지가 아님), 샘과 앨리시아의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보다 나이어린 삼촌이나 고모가 생기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샘이 마음을 바로잡고 모범적인 아이가 되거나 성장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샘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철없는 채로, 폭소를 유발하는 무개념의 대사들을 연발합니다. 예를 들자면 처음에 인용한 애꿎은 콘돔에 대한 화풀이. 그 밖에도 자신의 장래를 가로막은 갓난아기를 알카이다의 테러리스트에 비유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의 처지를 다른 탓으로 떠넘기고 있습니다. 읽는동안 실컷 웃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10대의 임신이라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을 두고 웃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없이 심각하게 늘어지는 대신에 씁쓸한 유머로 부드럽게 감싸안음으로써 인간의 진실함에 다가가고 있는 점이야말로, 이 소설의 장점이자 저자 "닉 혼비"의 진가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