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작가가 아니라 인터넷서점등에 서평을 올리던 한 파워블로거의 글들이 책으로 묶어져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어떤 글이기에, 얼마나 재미있는 책소개를 하고 있길래 일개 블로거의 책 리뷰가 다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책으로 만들어져서 나오는 것일까. 얼핏 들으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저자는 이미 기존의 올리던 글들을 통해 리뷰어들 사이에서는 책읽기의 고수로 통한다고 한다. 막상 읽어보니 과연 내가 생각하던 그런 독후의 가벼운 감상이나 간략한 책소개와는 거리가 먼 글들이었다. 서평집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글쓰기 전문가의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마흔이 되어서야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그 글쓰기의 내공은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면 그저 글 잘 쓰는 리뷰어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고,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프로 작가의 글이라는 인상이다.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그 감동을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실행으로 옮겨보고 나면 원래의 책의 매력을 반의 반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자란 필력을 으레히 통감하고 만다. 따라서 언제나 리뷰를 쓰고 남는 것은 결국 개인적인 감상이나 내용소개에 그치고 말게 되더라. 그리고 사실은 그것이 서평의 모든 것, 서평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껏 책소개에만 급급했던 이 서평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흠칫 놀랐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책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생각할 거리와 담론의 재료가 되어주는 깊이있는 필력의 글들이다. 그리고 모자란 내 글쓰기 실력에 대한 열등감, 고수의 문장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부러움 같은 것들이 교차한다. 5년간 천권이라는 다독의 결과라고만 보기에는 저자의 내공이 너무 깊다. 책 한권을 통해 얻어내는 것의 무게감,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풍부한 감성 자체가 레벨이 다르다. 따라서 나에게는 진짜 서평이란 무엇인가를 엿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만약 아마추어의 감성이나 시선, 센스있는 표현등의 비교적 톡톡튀는 가벼운 책소개를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쳐들었다면 아마도 나처럼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