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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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이 런칭한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의 표지는 참으로 세련되고 심플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장을 조금 섞으면 문학전집중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할만하다.(꼭 과장인 것만도 아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작품마저 새로 장만하고 싶게 만드는 유혹적이고 지름신 맴도는 디자인이다. 아무튼, 이 문동 세계문학 전집 중에서도 무려 4번 타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바로, 제목도 재미있는 이책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얼마전,<나는 훌리오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통해 알게 된 거장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이다.

초반부터 문단의 구분없는 어지러운 장면전환이 눈길을 끈다. 장소도 등장 인물도 완전히 다른 장면들을, 사이를 두지 않고 연달아 조합해서 마치 다른 곳에 있는 등장 인물들끼리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독특하다. 인물들의 대화 이외에도, 군의 명령서나, 편지나 라디오 방송, 신문 기사등이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고 해서 뜨뜨미지근하게 독창적인 형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다소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문체라 하더라도 이야기는 더할 나위없이 제대로 명확하게 나아간다. 익숙해지면 지루해질 틈이 없다.

이야기는, 수시로 성범죄를 일으키는 병사들로 인해 골치를 앓는 군 수뇌부의 회의로부터 시작된다. 정글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이 여자에 목말라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거라고? 그렇다면 매춘부를 파견하면 되잖아! 그런 상부의 바보같은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떠맡게 되버린 버린 육군 대위 "판탈레온 판토하". 임무를 떠맡은 판탈레온이 굉장히 충실한 군인이고, 또 대단히 유능한 군인이었던 덕택에 이 즉흥적이고 바보같은 아이디어로 탄생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기능한다. 어떻게 하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싫증내지 않고, 꾸준하게, 효율적으로 특별봉사대를 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병사들의 성충동과 원만하게 타협할 수 있을까? 자신의 아내마저 연구대상으로 삼아 통계에 기초한 완전하게 사회학적인 특별봉사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판탈레온의 모습이 재미있다. 판티랜드!

이 특별 봉사대를 둘러싸고 각각의 이해관계에 얽힌 인물들의 기대와 생각이, 번갈아가며 말해진다. 어느 라디오 진행자는 입을 닫는 댓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데 앙심을 품고 라디오를 통해 소리 높여 비난 하고(여러분 육군은 지금 이런 파렴치한 부대를 숨기고 있습니다!), 좀처럼 자신들에게까지 찬스가 돌아오지 않는데에 초조해 하던 어떤 부대는 항의서를 제출하기도 하고(우리는 용맹무쌍한 페루의 군인이다. 그런데 왜 아가씨들이 보러 오질 않는가!), 심지어는 우연히 수극초특의 소문을 들은 시민마저 끼어들기에 이른다.(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일해 군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쁜 언니와 놀게 해달라구요!)

여체를 둘러싸고 이렇게까지 추할수 있는 남자들의 성, 그것이 남김없이 써 있다. 우리로서는 다소 기분나쁜 과거를 떠올리게 할수도 있는 소재지만, 내용을 알고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페루의 지도층, 군부를 빗대어 꼬집는 익살극이라고나 할까. 끝내는 방법이 굉장히 좋다. 시설의 해체작업과 판탈레온과의 작별인사 안에, 해산하게 된 특별봉사대 멤버들의 장래가 아울러 삽입된다.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고도 영화를 이미 보고 난 것처럼 한장면 한장면이 생생하다. 재미있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나는 훌리오 아주머니와 결혼했다>까지,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은 어쩌다 보니 모두 유머러스한 작품만 읽은 셈이 되어버렸지만 초창기 작품에는 일체 유머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왠지 거기까지 손대기에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이 작가는 앞으로도 한작품씩 조심스럽게 섭렵해 나가고 싶다.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73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말도 탈도 많았던 모양이다. 참고로 저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1936 년생,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제펜클럽의 회장을 역임. 19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해 낙선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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