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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만약 책속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두 여대생의 가족사진과, 친구들과의 한때를 찍은 사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영화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이 놀라운 이이야기를 틀림없이 픽션이라 믿었을 거다.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싶을 만큼 경악하게 하는 이야기이면서도, 그 놀라움만큼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감동하게 만드는 사연이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등에서도 소개된 실화라고 한다.
감동이라고 해서 눈물을 쏙 빼놓는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가 아니고, 타산적인 이 인간세상의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데서 오는 어떤 큰 울림이 가슴에 와서 박힌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를 두고 신의 은총이라며 특정 종교를 찬양할 생각도 없고, 그럴만한 자격도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신앙의 힘, 그리고 그 신앙의 원천인 하나님의 위대함, 보이지 않는 초월한 어떤 힘을 시종 느꼈던 것만은 사실이다.
테일러 대학(기독교 학교인 듯 하다) 학생과 교직원 아홉명이 타고 가던 승합차가 대형화물차와 충돌해 이 중 다섯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이들 중 사망한 휘트니와, 다행히 생존해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지만 뇌에 이상이 있는 상태로 재활중인 로라, 두 여대생과 그 가족이 이 사연의 중심에 있다.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서 재활을 받아오던 로라가 사실은 이미 사망해서 장례까지 치룬 휘트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오랫동안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이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세계의료의 최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이런 개발도상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뒤바뀜이 일어났다는 것도 놀라움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마치 한 가족처럼 오열하고 가슴 아파하는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학교 구성원들의 모습, 서로를 생각하고 의지하는 마음, 심지어는 자식이 사망한 상태에서도 가해자인 운전사의 안위를 걱정하고, 보험회사의 제의와 변호사의 제의를 물리치는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뒤바뀌는 엄청난 사태에 대한 두 가족의 침착한 대처, 지금까지 간호하던 환자가 자신의 딸이자 동생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나서도 상대방 가족의 심정을 먼저 생각하는 그 침착한 태도는 타인을 자신의 가족 이상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신앙의 힘이 사람들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만들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하나님의 존재의 유무를 떠나서, 그 자체가 하나님이 만드는 하나의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두 가족이 휘트니라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고, 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알리고 격려하며, 수시로 소식을 묻고 같이 슬퍼하고 기뻐해주는 테일러 동문들,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얼굴도 모른 사람들로부터 속속 도착하는 감동의 메세지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세상이 무엇을 추구해 나아가야 하는지, 진정한 마음의 안식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말해 준다. 연일 테러가 자행되고 끔찍한 강력 범죄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 한줄기 단비와도 같은 정말로 희망찬 이야기였다.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죽음조차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어느 추천사에 써있는 것 처럼 위대한 신앙의 힘이라고 밖에는 말할수가 없다. 비종교인 이라고는 해도 이 경외로운 믿음의 힘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결과에는 새삼 느끼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