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는 실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탐정 3부작으로 주목을 끌었던 사카키 쓰카사의 또다른 시리즈물. 셜록홈즈 스타일의 사와다 나오유키와 와트슨 타입의 아라이 가즈야, 친구사이인 두 청년이, 동네 세탁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의 수수께끼들을 멋지게 해결해 나가는 연작 단편집이다. 현대인의 고독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하고 상냥한 시선이 좋다. 그 따뜻하고 아기자기함이 반영된 책의 표지 디자인 또한 매우 인상적이고, 테두리에 그려진 바느질선은 세탁소가 주무대인 이 책의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상점가에서 오랜세월동안 영업해 온 아라이 세탁소. 주인공 가즈야는 이 아라이 세탁소의 장남. 하나뿐인 누나는 일찌감치 시집을 가고, 가즈야는 현재 대학졸업을 눈앞에 둔 취업 준비생이다. 세탁물의 집하와 배달을 맡고 있는 장인기질의 아버지와 카운터를 맡고 있는 어머니, 아라이 세탁소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다리미 기술자 시게 아저씨, 그리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을 돕고 있는 일명 송죽매 트리오 마쓰오카, 다케다, 우메모토 세명의 아주머니가 아라이 세탁소의 멤버들. 소원하게 지내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임종 후, 가즈야는 어쩔수 없이 이들과 함께 가업인 세탁소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조금은 묵직하게 느껴지는 도입부와는 달리 각 이야기들은 경쾌한 편이다. 일어나는 사건들은 대체로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고, 서로 안면이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 그런데 조금 의외였던 것은, 지극히 서민적이고 평범하게만 여겨지는 세탁소라고 하는 곳이, 실은 수많은 개인정보와 단서들이 오고 가는 장소였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어째서 세탁소일까 하는 것이 의문이였지만, 막상 이렇게까지 추리와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그동안 왜 세탁소가 주무대인 작품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을까 하는것이 오히려 미스터리다. 소설안에서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보통은 그저 스쳐지나가기 마련인 세탁소의 그런 숨겨진 면모를 캐치해낸 작가의 날카로운 눈썰미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의뢰 들어온 세탁 주문으로부터, 혹은 동창생의 엄마에게 부탁받거나 상점가의 퍼진 소문등에서 시작된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가즈야가 들고 오면, 누군가의 사정 이야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해결해준다는, 타고난 조언자인 사와다의 추리로 그것들을 밝혀내는 패턴. 연작 단편집인 만큼 각 장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야기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엘리트 샐러리맨처럼 보이는 고노씨 부자. 가즈야의 중학교 동창생이자 같은 대학에 재학중인 이토무라 마유코. 언제나 화려하고 노출이 심한 여성복등을 세탁해달라고 맡기는 수수께끼의 남자 와타나베씨. 그리고 시게 아저씨까지... 그런데, 사건의 중심이 되는 각각의 인물들은 저마다 고민을 한가지씩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이며, 또한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사건의 해결과 함께 마음의 안식처를 찾게되는 사람들, 그리고 혼자가 아니며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멀다는 기분이 안 들어.
'여기 있어줬으면' 싶은 때도 있지만 쓸쓸하지는 않아.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야.
실은 분명히 이어져 있으니까.

인용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부분. 끊어지지 않는 실은 요즈음 자주 접하게 되는 일상의 미스터리의 범주에 넣을수 있는 작품인만큼, 임팩트 강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작품들과 비교해서 미스터리로서는 좀 약하다던가, 지나치게 우연이 잦다던가, 사소하게 트집잡을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본질은 현대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고독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어짐.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상냥함, 따뜻함,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가슴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로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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