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출 중
미츠바 쇼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염세 플레이버라는 굉장히 특이하고 개성있는 제목때문에 전부터 상당히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소설이긴 했지만, 붕괴된 가족의 화합과 재생이라는 설정이 일본소설에서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만큼 큰 기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또 가족이야기? 이번엔 얼마나 망가진 가족이 등장할런지 지켜봐주겠어... 하는 조금 심술궂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아니아니 왠걸,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줄이야! 소재자체는 진부하다고 할 수있겠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 굉장히 능숙하고 제목만큼이나 독특해서 참신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주 접하는 만큼 일본 작가들은 가족이란 주제에 아주 익숙하고 단련되어 있는것 같다. 진부하다는 것은 대신에, 작가에게는 노련함, 그리고 작품에는 일정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겟다.      

정리해고된 아버지가 가출한후, 남겨진 다섯명의 가족이야기

각 장의 제목이 열네살, 열일곱살, 스물일곱살, 마흔두살, 일흔세살. 첫번째장인 열네살, 진학상담하는 자리에서 고교진학포기를 선언하고 육상부도 퇴부하려고 하는 중학교 2학년생 케이. 케이의 인생을 73세까지 쫓아가는 것인가하고 조금 걱정했지만 그런일은 없었다. 열일곱살은 우등생이였으나 아버지의 가출후 한밤중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된 카나. 스물일곱살은 고교졸업과 동시에 집을 나와있었지만 아버지의 가출후 집안의 가장역할을 맡게 된 실업자 류. 마흔두살은 남편의 가출후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엄마 카오루. 그리고 일흔세살은 아들의 가출후 치매가 시작되어 하루에도 몇번이나 식사를 하는 할아버지 신조.

각각의 연령에 어울리는 가치관과 생각으로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을 서술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이나 행동이 주위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아직 미성년자인 케이와 카나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맘에 들지 않아, 학교를 졸업하면 자립하기를 강하게 바라고 있다. 그에 반해 성인인 류우는 '도망가고 싶다' 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책임감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다. 어머니는 술에 의존해 현실이라는 것에 뚜껑을 닫고, 치매가 진행되는 할아버지는 복잡한 과거를 되돌아 보고 있다. 내가 만약 이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하고 생각했다. 술에 의존하게 되는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역시 머리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피의 연결이 묽은 이 가족이 화합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함께 살고 있으면 버릇이나 생각이 닮아 가는 것이고, 가족이란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때에 하나가 될 수 있는것 같다.

여러 인물들이 묘사하는 가출한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방랑벽이 있는, 지독하게 터무니없고 책임감없는 인물인 것 같지만, 그러나 자신안에서는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옛날의 모히칸, 지금은 역모히칸인 아버지. 고양이인 '부장'도 돌아와 준 지금, 곧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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