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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학창시절 친구의 싸움에 말려들어 사고로 사람을 죽게한 "맷 헌터"가 4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9년 후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현재의 맷은 안정적인 직장과 사랑하는 아내를 가진 평범한 가장으로, 자신이 자란 마을에 집을 구입해 곧 이사할 예정, 게다가 아내는 두 명의 아이를 임신중. 행복한 생활을 되찾은 듯 보이던 맷의 인생이 다시 꼬이기 시작한 것은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온 한장의 사진이 발단이었습니다.
아내의 휴대폰으로부터 느닷없이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현장으로 보이는 사진과 동영상이 보내져 온 것입니다. 바람? 그렇지만 아내는 왜 일부러 그 현장의 모습을 보내왔는가? 전과자인 맷은 평범하던 생활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상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한편, 맷과 같은 지역에 있는 한 수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 검시 결과 수녀는 과거에 가슴 성형수술을 한 사실이 있었음이 밝혀집니다. 수녀가 가슴수술? 또한 수녀의 방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의 주인 또한 곧 멀지 않은 곳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것을 계기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사건은 과연 어디서부터 엮여 있는 것인가!
진공청소기 처럼 스윽하고 빨아들이는 임팩트 있는 도입부는 여전합니다. "할런 코벤"의 소설은 지금까지 꾸준히 읽어 왔습니다만, 어느 이야기도 골자는 같네요. 선량한 보통 남자에게 예기치 않은 악몽이 덮쳐오는 패턴. 아무튼, 그런 막연한 설정에다 살을 붙이고 몇번 비틀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로 이끌어내는게 이 작가의 특기이므로, 읽고 나면 번번히 감탄합니다.
이상한 것은, 언제나 닮은꼴 전개인데도 불구하고 왜 다시 이 작가를 읽고 싶어지는가? 입니다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로 흡입력입니다. 이 <결백>도 그렇지만 도입부의 임팩트가 가히 쓰나미 수준이라서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 만드는 밥도둑입니다.(이건 아닌가?) 페이지 터너의 챔피언입니다. 반전같은 경우에도 막판 대회전에 의존하는 소설은 거기까지 가는 길이 지루하고 험난한 경우가 많은데, 코벤의 소설은 초반부터 수시로 반전이 등장합니다.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예를 들자면 전형적인 미국드라마식의 (갑자기 프리즌 브레이크가 떠오르네) 시청자 붙잡아두기와 비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장만 더 읽고 자야지, 한장만 더 한장만 더... 하고 계속해서 읽고 싶은 욕구가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꼬이고 꼬여서 몇차례의 반전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철저하게 계산된 플롯은 코벤을 작가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롯기술자. 덕분에 게중에는 나중으로 가면 다소 꼬이고 어지러워지고 조금 현실미를 벗어나 버리는 작품도 없지는 않지만, 불시착이라고는 해도 거기까지 가는 동안은 여지없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습니다. 첫머리에서 우물쭈물 하는 작품은 따분해서 싫다 하는 사람에게는 망설임없이 추천입니다.
두번째로, 코벤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을 스릴러라는 장르안에서 재현해 내는 표현력입니다. 코벤은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이야기를 써내지 않습니다. 네 정답! 이 사람이 바로 악인이었습니다,와 같은 형태의 문제는 내지 않습니다. '어떠한 악인도 선천적으로 악인은 아니며, 어떠한 범죄자에게도 고뇌가 있다.' 물론 거기까지 깊게 그려지지 않는 인물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뇌가 그려짐에 따라서, 독자로 하여금 '그들도 여러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을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는 상상력을 발동하게 합니다.
맷의 불운한 사고는 결코 흔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적인 무서움이 있습니다. 또, 지금의 행복은 꿈이나 환상이며, 언제 또 사라져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불안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읽고나서 든 생각입니다만, 인간은 누구라도 언제 가해자가 될지 모릅니다. 비록 불운한 사고라고는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매한가지.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난 시점에서 피해자의 인생도, 가해자의 인생도 540도(360+180) 바뀌어 버립니다. 520페이지를 한바탕 신나게 달리고 난 뒤에는, 그 바뀐 뒤의 인생을 나라면 과연 어떻게 살게될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