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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있는 30대의 "토노 케이치"는 현재 어느 지방 도시의 시청 공무원. 과로사가 속출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내려와 공무원이 된지가 벌써 9년째, 별다른 사건없이 평온 무사한, 거의 유유자적에 가까운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런 그가 아테네 마을 재건이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아테네 마을이라면 그저 허울 뿐인 초 적자 놀이공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하면 할수록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근성을 발동하게 한다. 웃고 화내고 가끔은 진중해지는, 케이치의 고군분투기. 공감 지대로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일어나는 코믹/ 감동의 에피소드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비슷한 전개가 너무 많아서 어느게 어떤 내용이었는지 헷갈릴 정도가 되어버렸지만, 대신에 어느 작품이나 다 재미있어서 특별히 이제 그만 썼으면 하는 마음은 결코 들지 않는다. 물론 작품이 거듭될수록 더 노련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회전목마>에서는 공무원들의 우유부단하고 안전제일주의인 성향을 다소 과장을 섞어 코믹하게 그려낸다. 풍자라고 해도 좋고 비아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는 그래 맞아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듯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공무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렇게 느긋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착실하다고 할까. 좀 더 의욕적이고 모두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잔업도 많다.
그렇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관청에는 역시 민간기업과는 다른, 뭔가 미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역시 다르다.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다고나 할까. 뭐 그건 그렇다치고, 공무원이든 직장인이든 기본적인 조직의 룰은 마찬가지. 회의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게 제일이다. 어차피 모순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공무원이나, 사무원이나 눈치보며 살아가는 방법은 다 거기서 거기다. 무리하게 큰 이벤트를 주최했다가 빚을 떠안는다던가 확실히 이런 지방도시, 우리나라에도 실제로 있을 것이다. 코믹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런면에서는 리얼하다고도 할 수 있어서 여러가지 즐길 만한 요소들이 가득.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은 그래서 자꾸만 찾아 읽게 된다.
별로 의욕 없는 동료들이나, 이사들에게 둘러싸여서 케이치는 고군분투 한다. 예전에 극단에 몸담고 있던 시절의 동료와 후배들을 끌어들여서 프로잭트의 성공을 기한다. 평범한 공무원 아빠의 고군분투는 마침내 대성공을 맞이하지만...
일종의 성공기로서 재미있으면서도, 현실의 우울한 모습을 살짝 본 것 같아서 조금 씁쓰레한 기분도 든다.
월급쟁이의 비애가 애처롭게 다가온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여러가지 삶의 방법이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한가해서 시간을 때우느라 고생스러운 것보다는, 바빠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쪽에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인생. 그래서 회전목마일까나? 공무원이나 월급쟁이들은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