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도둑놀이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가쎄(GASSE)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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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3개국에서 번역출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베스트5,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 10편등, 화려한 수식어에 끌려, 그저 도대체 무슨 소설이길래?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만약 이 소설을 못 읽어 보았다면 굉장히 후회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때는 1948년, 열다섯살 소년인 "트론"은 스웨덴 국경에 접한 노르웨이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된다. 이 트론의 집에 "욘"이라는 소년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트론과 욘은 친구가 되어 매일같이 산으로 강으로 놀러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욘이 말도둑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목장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도망다니는 말등에 올라타는 이 놀이를 한 뒤, 욘은 괴성을 지르며 새둥지를 손으로 으깨버리는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상쩍은 행동을 한다. 그것이 트론이 기억하는 욘의 마지막 모습이 된다. 욘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트론은 아버지로부터 욘의 가정에 생긴 엄청난 비극을 전해듣는다.

초겨울의 노르웨이의 숲. 혼자 사는 노인이 이미 오십년 이상이나 지난 소년 시대의 여름을 회상한다. 이 매력적인 설정만큼이나 조용한 감동을 부르는 이야기. 행간에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조용한 문장에서 스며나오는 것은, 우선은 현재의 고독. 왜 노인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이런 외진 숲속에서 살기 시작했는가. 조금씩 밝혀져 가는 그 경위에 대해 읽고 있다 보니 노인의 심경에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줄곧 나 자신의 일인 듯 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노인의 가슴속을 오가는 그 여름의 추억. 절친했던 친구와의 즐거웠던 시간과 갑작스런 헤어짐, 노인의 추억에는 이런 아련한 감정 이외에도, 말을 타고 아버지와 둘이서 떠난 여행의 에피소드, 욘이 떠난 후 벌목현장에서 다시 보게된 욘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 예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비밀과 그 이후의 배신으로 가족 모두의 운명이 바뀌게 되는 묵직한 아픔과 같은 슬픔의 감정도 같이 담겨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 다시 생각하면 정말로 애절 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맑게 개인 필치로 담담하게 써내려 가는 것이 정말로 훌륭하다. 조용한 겨울과 격동의 여름의 대비도 선명하다.

첫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에,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재혼 상대마저 3년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해 혼자가 된 노인은 새로 자리잡은 숲 속의 집에서 개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고독한 전원생활의 모습은 그야말로 리얼해, 왠지 나의 노후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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