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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잔다르크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음악과 옷 몇벌이 든 가방을 들고 살짝 복고풍이면서 예쁜 음색에 맞춰 집을 나가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가출의 비결은 너무 심각해지지말고 살며시 나가는것. 살며시 이어폰을 귀에 끼우는 것처럼"
소풍이라도 간다고 말하는듯한 경쾌한 어조로 가출을 고백하는 이 소녀는 그러나 실은,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서 지금 기나긴 싸움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것이다.
꿈을 향해 달리는 사춘기 소녀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시부야 거리를 배회하던 유키는 같은 학교 학생인 신이치를 만나 역시 같은 학교 학생인 구미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유키가 사키, 마이 두소녀와 함께 도쿄 잔다르크란 팀을 만들어 여러 사건을 해결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유키에게 부탁을 하게 된 이유. 내키지 않았던 유키지만 구미코의 사진을 본후 티없이 순수한 느낌의 아이가 가출까지 하게 된 이유에 호기심을 느끼고 의뢰를 승락한다. 곧 유키는 도쿄 잔다르크의 멤버인 사키, 마이와 함께 구미코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한편 가출한 구미코는 언더그라운드 비쥬얼 락그룹인 딕테이터의 리더 준에게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딕테이터의 스텝이 되기를 자청한다. 자신의 꿈이자, 준과 딕테이터의 소망인 메이저 데뷔를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 않는 구미코. 그리고 그런 그녀를 뒤쫓는 정체모를 남자들. 그들은 어째서 한낱 가출한 여고생에 지나지 않는 구미코를 노리고 있는것일까? 과연 구미코의 꿈은 이루어질수 있을것인가?
전작인 체인메일에서는 릴레이소설을 소재로 소외된 소녀들의 아픔을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인 도쿄 잔다르크는 여고생들의 방황과 일탈, 그리고 가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간의 매개체가 릴레이소설에서 구미코의 가출일기로 바뀌었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연령층이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주류에서 밀려있는 소외된 아이들의 슬픔과 고민을 다룸과 동시에 이 아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이 사회를 비판하는점등 형식적인 면에서 두작품이 상당부분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있어서 실제로는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시리즈물 같은 느낌도 받는다. 게다가 도쿄 잔다르크의 세 멤버는 체인메일에서 주역과 조역등으로 활약했던 소녀들이다. (체인메일에서의 그녀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는것도 이 작품의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러면에서 닮은꼴인 두 작품이지만 그 분위기만은 사뭇 다르다.
체인메일이 시종일관 고뇌하는 소녀들의 모습으로 우울하고 가라앉은 느낌을 주었다면 도쿄잔다르크의 경우는 청소년 가출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 생기가 넘친다. 저마다 가슴속에 아픔을 하나씩 간직한채 고난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진지함속에서도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에서는 활기가 넘친다. 등장인물은 전작에 비해 보다 주도적이고 작품 전체의 풋풋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발랄함이 묻어난다. 젊음이 뒤덥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강한 소설이다.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굳이 그걸 의식할 필요없이 그냥 등장인물들의 발랄함과 사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만끽할수 있을것이다. 도쿄잔다르크라는 팀 그 자체가 도쿄잔다르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쉬운점이 한가지 있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싸워나가고 끝까지 꿈을 잃지 말자는 메세지 자체는 좋지만 그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수단이 무단결석에 가출이 된다면 그건 정말 할말이 없다.어불성설이다. 일본의 정서가 어떤지는 잘 몰라도 우리로서는 쉽게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소녀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에서 유연한 사고로 취할것은 취하고 버릴것은 버릴수만 있다면 독후에 사춘기 소녀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발랄함으로 무장한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가질수 있을것이다.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현실과, 돈이 없어 애견사료를 먹어가면서도 꿈을 키워나가는 구미코와 딕테이터 멤버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