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사립탐정 엘비스 콜 시리즈 첫번째 작(1987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호스티지"의 원작자인 로버트 크레이스의 데뷔작. 앤소니 상과 매커비티상 최고 작품상 2관왕에 빛나는 이 <몽키스 레인코트>가 이제라도 소개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에 감동받은 엄마가 개명을 시키는 바람에 6살때부터 졸지에 이런 이름이 되어버린 엘비스 콜.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첫대면한 의뢰인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거나 하는 장난꾸러기같은 면이 있지만, 실은 18살의 나이에 베트남전을 경험한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파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엘비스 콜의 독특한 쿨함은 소설보다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유쾌한 인물상. 착 가라앉은 느와르 탐정에 지친 하드보일드 독자라면 엘비스 콜을! 이라 할만한 시리즈다. 엘비스 콜뿐만 아니라 해병대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살인병기 수준의 무뚝뚝하고 선글라스를 절대로 벗지 않는 파트너 조 파이크까지 더하면 왠지 80년대 인기드라마 A특공대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전격 Z작전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친구인 재닛 사이먼에게 이끌려 LA에 있는 엘비스의 탐정사무소를 찾아온 엘런이, 실종된 남편과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엘런이 하는 모든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재닛,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엘런, 두 여자를 상대하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결국 콜은 의뢰를 받아들이지만, 처음에는 그저 부부 사이의 불화로 인한 혼란 정도로 보이던 사건이 이윽고 사살된 남편의 사체가 경찰에 의해 발견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진다. 그 소식을 전하러 엘런의 자택을 찾아가지만, 엘런 또한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다. 사태는 급변, 모든 사건의 배후에 대규모의 코카인 밀매조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이야기의 후반에서는 화려한 액션이 전개된다. 엘비스와 그의 파트너 조 파이크가 기타 케이스에 주섬주섬 무기를 챙겨넣고 마약 거물의 아지트로 처들어가는 장면은 또한 마치 리썰웨폰이다.

이 <몽키스 레인코트>는 탐정이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들어가던 한 여성이 새롭게 일어서는 재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를 따라나서지 않으면 탐정 사무소를 방문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성적이고 쭈뼛주뼛하던 엘런이 남편이 살해당하고 아들이 납치되는 고난을 넘는 동안 극적으로 변해간다. 의지를 가진 강한 여자로 소생해 간다. 그녀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엘비스 콜.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한 채 완전히 무기력해져 있던 엘런의 눈높이에 맞추어 어루만지고 격려해 가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밝고, 강하고, 따뜻한 엘비스 콜의 인생철학이 잘 그려져 있어서 시리즈가 시작되는 이야기로는 적격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엘비스 콜의 캐릭터에는 느와르의 질질 끌리는 무거운 그림자라던가, 우울함 같은 것들이 없다. 하와이안 셔츠에 리바이스 차림으로 LA 거리를 활보하고, 태극권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80년대 미국 락음악계의 대부라는 브루스 스프링 스틴을 각별히 사랑하는 산뜻한 히어로상이다. 베트남전이라는 고난을 넘어선 자의 여유와, 내면의 강인함과 신념이 엘비스 콜의 대사 여기저기에 뭍어난다. 이런 인물상과 작풍에서는 몇번을 다시 읽어도 바닷가에서 맞는 바람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무거운 미스터리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읽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경쾌한 대화, 너무 시니컬하지 않은 유머,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 어쨌든 주인공의 불평 불만이 없는 진취적인(?)이미지의 탐정소설이라는 점에서 호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엘비스와 엘런의 러브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제 생각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전교에서 세번째로 예쁜 여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눈가에 행복한 미소가 서렸다. 손으로 머리칼을 다시 만지다가 그녀가 대답했다.
"두번째였어요."

그런 유쾌한 대화가 군데군데 박혀 있어서 즐겁고, 멋들어진 농담을 내뱉으면서도 고난과 마주한 엘런을 격려하고, 지켜주는 엘비스의 멋진 남자상이 매력적이다. 문체도 경쾌하고 멋들어진데다 잘 읽혀서 좋다. 기대와 다르지 않은 쾌심작. 이 시리즈는 필히 모두 나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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