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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좀비가 되는 역병이 만연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역겨운 존재들과 싸우기 위해 동양무술을 몸에 익히는 것이 존경받는 신사의 첫번째 조건.
상류층에서는 주로 일본 닌자들의 기술을 선호하는 추세지만, 일본이 싫은 괴짜 베넷씨는 다섯 딸들을 모두 중국으로 보내 중국무술과 검술을 배우게 하고 있었다.
런던의 상류층에 속해있는 독신남 빙리가 네더필드 파크에 있는 별장을 구입하자 그를 환영하기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오만하지만 멋진 청년 다아시가 엘리자베스 베넷를 모욕한다.(원작에서도 유명한 장면) 그 직후 무도회에 습격해온 좀비를 상대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인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는 끌리기 시작한다.
패러디 문학이라면 독자를 고르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원작이 워낙 유명한 고전이다보니까 그 재미가 마니아에 한정되지 않고 보편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고상한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에, 그로테스크하고, 흉칙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좀비물이 합체되었다는 점이 이 작품 최대의 매력이다.
모든 장이 원작과 일치 되게 쓰여져 있어서, 원작의 부분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이야기가 장난처럼 되어버리는게 재밌다. 대체로 여성향인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젊은 남성작가가 고쳐쓰면 어떻게 되는가, 라는 부분도 흥미롭다. 다소 유감인 것은, 싸구려 조크의 반복이 많고, 원작과 비교해서 전개에 의외성이 거의 없는 점.
제인 오스틴의 원작인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지도 않고 좋지않다, 원작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번지 수가 맞지 않다. 나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연방 구토해 대거나, 뇌조각이 흩날리는 이 패러디가 주인공의 성격을 엉망진창으로 바꿔버린 할리퀸식 로맨스보다 모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원작과 아울러 이 작품과, 할리퀸식 로맨스를 비교하면서 같이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헐리우드에서는 이 작품을 잡기 위해 물밑에서 상당히 경쟁도 있었던 듯 하고, 최종적으로는 레옹의 그 나탈리 포트만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같다. 나탈리 포트만이라... 영화도 굉장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