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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
츠하라 야스미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사루와타리 - 백작 콤비의 두부 예찬론이 일품이었던 아시야가의 전설이 몹시 재미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집어들게 된 작품. 아시야가의 전설을 읽은 이후로는 "츠하라 야스미"를 줄곧, 괴담 비스무리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소녀 소설을 쓰다가 이쪽 세계로 넘어왔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그래서 그런가, 이 연작 단편집의 주인공은 무려 소녀 탐정단! (더 자세하게 말하면 소녀 셋에 소년 하나 추가)
사립 루피너스 학교에 다니는 여고생 사이코는 현직 형사인 언니로부터 사건에 대한 추리를 의뢰...가 아니고 강요당한다. 형사가 고등학생을 의지하는 것도 모자라 사건 현장까지 일일이 안내하고 수사자료까지 넘겨주는 시추에이션이 독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다소 리얼리티 떨어지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될지도 모르지만, "소녀탐정단"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건현장과 맞닥뜨려서 추리를 하게 되니까 소녀탐정단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소녀단이다! 어쨌든 이게 또 꽤 재미있다. (라노베의 향기가 물씬 난다)
설정만 놓고 보면, 아니 무슨 형사가 여고생에게 추리를 의뢰해?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본격추리다. 왜 살인자는 범행 후에 식은 피자를 먹었을까? 거기에 이어서 푸른 장미의 폐원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죽은 여배우의 오른손이 사라진 사건과 연달아 조우한다.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논리적으로 해결해 내는 본격 미스터리3편이 수록된 연작단편집. "본격"인 만큼 개성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터프하고 제멋대로인 형사 언니가, 수사에 협력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이코를 설득하기 위해 집요하게 치사한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사이코에게 동정심이 생길 만큼 유치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웃지 않을수가 없다. 예를 들면, 사이코가 보낸 러브레터의 내용을 바꿔치기 해 버리거나, 일요일 조차도 외출이 제한될 만큼 엄격한 미션스쿨 안에 경찰이라 떠벌리면서 떠들썩하게 처들어 오질 않나... 언니의 행동은 민폐 그 자체라서, 사이코로서는 협력하는 것 외에는 평화로운 생활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언니에 대한 사이코의 날카로운 역공이 또한 관전 포인트.
언니 이외의 다른 캐릭터도 모두 개성적. 사이코의 친구이자 탐정단의 한명인 키리에는 터프하고 배짱 만점, 공상력 만점의 소녀. 또 다른 멤버 마야는 남학생들에게 인기는 많으나 별로 장점이 없는 미소녀, 사건현장에는 토하거나 할 뿐... 사이코가 사랑하는 시지마는 화석 매니아로 대화는 언제나 어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놓고 보니 의외로 사이코가 제일 평범한 캐릭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로서는 솔직히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이코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사건담은 왠지 매력적. 그건 역시 개성있는 캐릭터의 매력 덕이기도 하다. 재미있었어 하고 책을 덮게 되는 그런 작품. 그렇지만 라노베풍의 전개와 다소 약한 트릭때문에 아마도 취향은 크게 나뉠듯 하다. 나로서는 취향에 아주 잘 맞는 마음에 드는 작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작가 명색이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