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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사랑 -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송희경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은 향기다. 사랑하는 이의 주위에는 늘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그 입술에서는 농익은 과일과도 같은 맛이 난다.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랑을 정의하라고 하면 틀림없이 그 오묘함과 신비함을 표현할 또다른 낭만적이고 시적인 단어를 생각해내기 위해 궁리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신비함에 있을 것이다.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다이앤 애커먼」이 이번 저서에서는 신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제가 사랑이라고 해서 감성을 자극하거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 목적인 책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사랑은 무엇인가? 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재차 강요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의 전작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이책에서도 역시 저자의 만물박사적인 기질이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라는 부제처럼, 시공간을 넘나들며, 역사속 사랑이야기, 그 방식과 가치관의 변천, 과학적인 접근법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랑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정작 본인은 사랑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 막연한 주제를 가지고 이 정도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대단하다. 사랑이라는 단일한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잡학사전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어떨런지. 감성을 자극하거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 아니라고 앞서 말하기는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때로는 신화나 설화속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가슴이 아련해지는 현실속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시종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쥐고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다 읽고 난 후에는 왠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니 이 또한 오묘한 사랑의 힘이다.
저자가 후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어머니가 십대때 어떤 소년과 사랑에 빠졌던 일을 이야기 해준 적이 있다. 그 소년에게 깊이 빠진 나머지 어머니는 소년이 던져버린 팝시클 사탕의 막대를 몰래 집어서 베개 아래에 두었다가 밤마다 키스를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그 일을 소녀시절의 맹목적 사랑에 대한 완벽한 표본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제 칠십대 후반이신 그 남자분이 최근에 어머니의 남동생을 우연히 만났을 때, 어머니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었다고 한다. 그분 역시 어머니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525쪽)
가슴이 뭉클하지 않은가. 이래서 우리가 오늘도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며 헤매고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