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나 만화책도 마찬가지겠지만, 활자만으로 모든 뉘앙스를 전달해야 하는 소설의 경우는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유독 많다. 특히 유머러스한 글일수록 더욱 그러한데, 작가와 독자가 서로 웃음의 철학이 달라 이해 못하는 일반적인 경우에 하나 더해서, 독자의 상상력이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달리지 못할 때는 그야말로 유머가, 유머가 아니라 유치하고 머저리같은 장면들의 연속이 되고 만다. 실제상황이나 영화였다면 배꼽을 잡고 웃었을 장면 조차도 소설로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는 말이다.

"더글러스 애덤스" 의 작품으로는 이 책에 앞서 먼저 국내에 소개되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바로 그랬다. 시종 키득키득 대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남들도 모두 그런 줄 알았더니, 나중에 보니 재미있다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는 반면 어디가 웃긴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잠깐 주성치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그가 주연한 희극지왕이라는 영화에, 주인공이 죽어가는 연인을 붙들고 "오열하는 연기"를 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이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애절한 연기를 하는 주성치의 코끝에 콧물이 한방울씩 서서히 고이더니 급기야는 길게 늘어져 상대 배우의 얼굴에 닿을락 말락 위태위태해서 숨죽여가며 웃게하는 장면인데, 만약 이것을 글로 표현한다면 모든 독자가 똑같은 광경을 연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의 성향, 얼마나 상상력의 방향이 저자와 일치하느냐에 따라서 영화보다 더 배꼽잡는 장면이 될수도, 아니면 실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허섭한 연출로도 비칠 수가 있다.

은하수도 그렇지만 이 책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를 보면 "몬티 파이튼"으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영국식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불손하고, 엽기적이고, 시니컬한 장면 조차도 등장 인물들의 엉뚱한 행동으로 유머로 승화시킨다. 심각하고 진지해야 할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인간 내면의 잠재한 어수룩함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애덤스 소설의 진가다.

사람에 따라서는 코믹SF라는 말에 가볍게 접근했다가 금새, 어 이게 뭐야? 할지도 모른다. 영국 원주민들과 정서가 다르면 다를수록 이게 어떤 뉘앙스인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만약에 그 웃음의 코드를 제대로 짚기만 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래걸리는 소리가 연달아 튀어나오는 것을 체감할수 있다. 쿡 킥 푹 픽 커헉 푸하. 알아둘 것은 이 소설의 미학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것은 아니고, 사실은 심오하고 지적상상력을 요하는 줄거리를 역설적으로 코믹하게 풀어 간다는데 있다. 다만, 부작용은 웃다보면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잊게 되기도 하고 정리가 안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 "몬티 파이튼의 성배"라는 전설적인 코미디 영화를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어떤 소설인지 감이 올 듯 한데...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건 정말 골때리게 재밌다는 것! 심오하면서도 어수선한 이야기.

스토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주인공 "리처드 맥더프"는, 모교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주최한 "콜리지(사무엘 테일러 콜리지) 기념 만찬"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재회한 크로노티스(리즈) 교수가 실은 시간 여행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저지하려는 악의 존재에 저항하는 처지가 되는데... 대학 동창이자 현재는 애완동물 찾기가 특기인 사립탐정 "다크 젠틀리"나, 전기 수도사와 그 말,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 본인까지 가세하고, 거기에 양자역학이나 카오스 이론까지 등장해서 그렇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한층 더 이해하기 어렵게 전개되어 간다.

솔직히 나는 읽으면서 잘 몰랐지만, 어쨌든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라는 시인이 있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고, <늙은 선원의 노래 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 그리고 영어로 쓰여진 최초의 초현실주의 시라고 일컬어지는 <쿠빌라이 칸[汗] Kubla Khan>등의 대표작이 있다는 것만은 미리 알아두자. 한국작가의 작품에서 윤동주의 서시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대해 따로 설명이 붙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독자가 이 대문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 소설은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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