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열혈 형사인 정태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언제나 자신감 넘치지만 오만하지 않은 남자, 대충 입은 것 같지만 사실은 세심하게 고른 옷을 자기만의 센스로 멋지게 소화하는 남자,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는 따뜻한 남자, 한마디로 무심한 듯 시크한 남자다.

이런 정태석과, 집에 가면 아름다운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늘상 어린 여자들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기 바쁜 병철 콤비의 모습은, 여러모로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코미디 영화 투캅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투캅스가 나온지도 어느덧 15년 이상이나 흘러서 지금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고전의 반열에 오를 정도가 되어 버렸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형사가 파트너를 이뤄 좌충우돌 하는 이야기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독자나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인물 구성이 일종의 만담을 보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일단 그것만으로도 먹어주고 시작하는 만큼 이야기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빈약하다면 아무 의미없겠지만.

투캅스를 예로 들었지만, 이 소설이 십여년전 영화의 감각까지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춰서 젊어진 투캅스라고나 할까. 나이트에서의 위장수사로 잔챙이 마약사범의 신병을 확보한 태석-병철 콤비는 얍삽한 수법으로 용의자를 살살 구슬러 중요한 첩보를 입수한다.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모델뺨치는(실제 모델 경력도 있는)외모의 엄친아 변성수가 대량의 신종마약을 밀반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쫓고 쫓기는 태석과 성수의 추격전은, 형사와 용의자의 관계 이상의 남자대 남자로서의 사력을 다한 라이벌전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예상외의 살인전문가의 등장, 여자는 많아도 연애는 모르던 태석에게 조용히 찾아온 사랑과, 점점 아름다워져 가는 능력있는 아내를 보며 자괴감에 빠져가는 중년 형사의 비애까지.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젊은 감각의 형사 소설.

77년생, 저자의 이력을 보면 특이한 사항이 하나 있는데, "삼성 입사 원서를 받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이십여 년 동안 꾹꾹 눌러 오기만 하던 짜증이 폭발, 이제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라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충동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 치고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깔끔하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즐길수 있었다. 경찰 수사에 관한 부분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므로 현실성에 관한 부분은 할말이 없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만큼 마음에 걸리는 장면은 없다.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하는 과정이나 마약류에 관한 일종의 소개와 정보제공(?)도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