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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내비게이터 - 내 마음대로 떠나는 서양문화사 여행안내서
조너선 바이런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서양의 고대부터 근대까지 역사, 철학, 문화, 예술등을 여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서입니다. 서양 교양의 핵심이 되는 내용과 소재가 "지형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음에 착안해서 내비게이터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내비게이터라고는 해도 기존의 전문 안내서와는 완전히 다른 획기적인 방식으로 쓰여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1장 고대도시, 2장 이탈리아 구역, 3장 중세구역, 4장 대학... 하는 식으로 각 분야를 "지역과 구역"을 중심으로 나누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는 이러한 분류방식도 나름대로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내용의 충실함과 매 페이지마다 실려있는 세밀한 삽화에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삽화는 대부분 19세기 영국과 독일의 사전과 백과사전에 별책 부록으로 딸린 화보집과 문화역사 도감에서 발췌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모사된 건물과 회화작품, 목판화와 동판화, 무대 의상과 각종 장면, 지도, 평면도와 위치도를 비롯해 문화역사적, 지리학적, 자연과학적 정황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그 밖의 도해들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설명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관찰자가 역사적인 과정과 사건을 그대로 느끼고 공감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언급하고 있는 해당 분야와 관련해서, 문학작품의 한 부분을 발췌해 수록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예를 들자면, 극장의 발전과 셰익스피어의 등장에 관한 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희곡 중 발코니 장면만을 발췌해 삽입해 놓았다거나, 고대도시 장에서의 광란의 디오니소스 축제 부분에서는 여성들의 은밀한 숭배의식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의 본문 중 한장면이 발췌되어 삽입되어 있거나 합니다. 이것 역시 삽화의 경우처럼,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되기 쉬운 이와 같은 전문 안내서에서 감성에 어필하는 역할, 말하자면 독자를 해당 시대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역사 다큐멘터리 속에서 어느 사건을 배우들이 재연해 낸다거나, 성우의 나레이션으로 역사속 특정인물의 편지와 같은 기록을 읽어 내려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서양의 문화사와, 교양의 역사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책에 총천연색의 화려한 편집은 마치 학습서 같은 느낌이 들어 선호하지 않는데, 검은색과 붉은 색 두가지 색 만을 사용한 편집이 흑백의 삽화들과 잘 어우려져서 고급스러운 맛도 있네요. 딱딱한 잡학사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무척 재미있게 읽히는 "서양문화사 여행 안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