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대망의 2번째 작품집. 이미 첫번째 작품집을 읽은 독자라면 반가운 이름들을 다시 만날수 있다. 기존의 작가들중 상당수의 멤버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진화랄지, 전작과 비교해서 얼마나 발전된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작품집같은 경우는 전체적으로 쇼킹함보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들의 입담이 노련해졌다는 인상이다. 흡입력 있고 술술 읽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때로는 완성도라는 면에서 아직 미덥지 않은 작품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런 이야기 조차도 맛깔나게 읽히는 건 역시 해외소설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적인 정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장르문학계의 발전을 응원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인상적인 몇작품을 소개하면, 「두 명의 목격자」 표제작. 어두컴컴한 새벽 한적한 도로, 아무렇게나 세워진 택시 뒷좌석에는 목졸린 여자의 시체가 누워있고, 운전사는 등에 칼이 꽂힌채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과연 이 시츄에이션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사건의 내막을 아는 두명의 목격자가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진상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한다. 사실 두명의 목격자는 사람이 아닌 핸드폰과 택시 미터기다. 강렬하다면 강렬한 시작이지만 의외로 범인은 누구인가를 밝혀내는게 아니라 그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떤 일이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구성. 노인 역할인 미터기와 젊은 여자 역할의 핸드폰의 대화가 맛깔나다. 내용도 그렇지만 결말은 한술더 떠서「세상살기 참 빡빡하구만.」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것 같은 이야기. 「살인자의 쇼핑목록」 고객들을 관찰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대형 할인마트 캐셔의 이야기. 취미를 넘어 어쩐지 병적이기까지 하다. 그녀는 지금 마트에 자주 출몰하는 한 남성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의외의 결말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유독 그 쇼킹함이 인상적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해야할까? 너무 많이 이야기했다. 흡입력 있는 전개가 압권. 「빛의 살인」 이 단편집에서 가장 반가웠던 작품. 전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을 듯 하다. 특이하게 전작에 실렸던 작품과 유기성이 있는 연작 단편이다. 고구려 시대를 무대로 활약하는 문달과 설천 콤비의 이야기.「만약 제가 죽는다면 제 가족들 중 한명이 범인일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 후에 곧바로 시체가 되어 발견된 예씨 어르신. 누가 죽였을까? 사실 지금은 전작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그때는 이렇게까지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조금 놀랐다.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의 가장 추리소설다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이야기. 뭐니뭐니해도 시대적 배경이 최고의 강점이자 차별화 요소. 「순결한 순례자」 한국 추리소설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중에 하나인「B컷」의 저자의 작품이라 정말이지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맨 마지막에 배치해 놓은 탓에 기대치는 거의 최대치까지 올라간 상태. 아마 그게 독이 되었을까 기대한 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단편집에서 빼놓을수 없는 작품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거기에 의도하지 않게 저지르게 되는 또 하나의 살인.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진범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인가.「사연없는 인생 없다더니 다들 그렇고 그렇게 살아왔군요.」하는 주인공의 공허한 독백이 기억에 남는 작품. 좋고 나쁘다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소개한 것이다. 전부 개성있는 작품들이라 아마 독자순위를 매기면 천차만별일듯.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진것 같아 세번째 작품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런데 문달과 설천 콤비의 이야기는 세번째 작품집이 나오기 전에 외전격으로 먼저 소개되어도 좋을듯 한데... 아니면 속시원하게 연작단편집이나 장편으로 나오거나.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