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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김수미」라는 연기자에 대해서는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나, 최근 영화에서 보여지던 욕쟁이 할머니의 이미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금까지 무려 8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더군요. 「아니 도대체 일개 연기자가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아서 책을 8권씩이나 내나? 게다가 8권이나 낼 정도라면 앞선 7권이 어느 정도 잘 팔렸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긴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 작가 소리를 듣는 것이긴 하겠지만요. 그저 잘 알려진 연기자라는 프리미엄으로 책을 냈다고 보기에는 그 8권이라는 숫자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는 여사의 8번째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제일먼저「팔릴만도 하다.」입니다. 일단은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저자에 표현에 의하면)시골 촌년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경험담,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부모님에 대한 추억, 남몰래(혹은 공개적으로) 겪어야 했던 아픔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연, 마치 기벽과도 같은 황당한 에피소드등의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맛깔난 어투로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순간들도 있지만, 꽃과 강아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의외의 여성스러움과 언제나 주위를 지켜주는 마음이 따뜻한 동료,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어두운 기분은 날아가 버리고, 티비속 그녀의 입담을 보면서 그래왔듯이 어김없이 박장대소를 날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 김수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티비를 통해 보아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성공을 쥐었더고 보여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성공이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 성공의 이면에는 그 누구보다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은 시절도 있었으며, 피나는 노력이 수반된 끝에 결국은 그것을 극복할수 있었다는 사실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줌과 동시에, 나도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나 편견만을 가지고 타인을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는 마당발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녀의 폭넓은 인간관계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 주위에 사람이 모일리 없습니다. 촬영현장을 늘상 새참먹는 현장으로 바꾸어 놓는 것에서 보듯이 아낌없이 퍼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의 넉넉함과 정이 바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비결일 것입니다. 사람인 이상, 책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상당히 많은 부분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고 여겨집니다만), 단점도 존재하고 타인과 충돌을 불러 일으키는 면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의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가치관이, 지금 나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사실입니다. 어릴때부터 몸에 배인 문학적인 소양과 함께, 굴곡많은 인생을 통해 자신있게 타인에게 말할수 있을 만큼의 깨달음을 얻은 그녀이기 때문에, 무려 8권이라는 책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김수미씨의 오래전에 나온 다른책들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녀를 싫어할 관객은 아무도 없다는 이외수 작가의 추천사는 다소 과장이죠. 티비에서 보여지는 괄괄한 이미지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많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캐릭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그녀의 인간성에 반하게 될겁니다. "싫어할 관객은 아무도 없다"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알고나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정많고 꾸밈없고 너무나 인간미 넘치는 연기자 김수미. 개인적으로 김수미씨와 연을 트고 지내는 일이 생길리는 없으리라는 사실은 큰 아쉬움이지만, 앞으로도 브라운관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응원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