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옛날 유럽에서는 사람의 영혼이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뇌의 기능에 대해서 모르던 시절이기 때문에 특정한 병의 경우에는 머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악한 기운이나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처방을 하기도 했다고 하니, 시술을 받은 환자는 십중팔구 사망이거나, 나머지 한두명의 경우도 치명적인 뇌장애를 입게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무지도 이런 무지가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불과 이삼십여년전 MRI같은 첨단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군대에서 허리디스크로 통증을 호소하다 정신병이나 꾀병 취급을 받기도 했다. 고래로부터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과학과 의술의 발달과 함께 위험하고 잘못된 상식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데 여기, 오랫동안 전세계 누구도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치명적인 정보의 오류를 밝혀낸,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견이 담긴 책이 있다. 제목은 <스트레인>. 저자는 '판의 미로', '헬보이'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촉망받는 스릴러 작가" 척 호건". 이 작품 <스트레인>은 3부작으로 예정된 "뱀파이어" 시리즈 중 그 대망의 첫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뱀파이어 대해 알고 있었던 기본적인 지식들중 일부는 아주 터무니 없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모두가 잘못된 지식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운나쁘게 뱀파이어와 맞닥뜨렸을때 가장 기본적이고 손쉬운 대응방법으로 손꼽히고 있는 몇몇 방법들- 예를 들자면 흡혈귀에게 십자가를 들이댄다거나 마늘냄새를 맡게 한다거나 하는- 은 아무런 효과도 없는 거의 자살행위에 가까운 시도다. 이 책에서 두명의 공저자는 그 어떤 위대한 의사나 과학자들도 밝혀내지 못한 뱀파이어의 놀라운 생체 시스템과, 하나의 개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기하 급수적인 번식률을 보일 수 있는지 그 엄청난 진실을 밝혀내면서, 선량한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고,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뱀파이어 퇴치법을 제시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뉴욕 공항에 착륙한 뒤 돌연 교신이 끊기고 모든 전원이 차단된다. 멀쩡하던 비행기가 순식간에 유령 비행기로 돌변하는 순간. 비행기 안의 승객들은 이미 모두 사망한 상태. 그러나 사망자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사고나 공포의 징후도 남아있지 않다. 미 연방 질병 관리 센터의 에프와 로라는 비행기 내부를 조사하던 중 미세하게 숨이 붙어있는 생존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흙이 들어있는 커다란 관을 발견한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현상으로 추측하고 있었지만 생존자 포함 탐승객들의 몸에서 이상한 정황들이 포착되는 가운데 관리중이던 시체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곧이어 뉴욕시 여기저기에 출몰하는 좀비화된 시체들. 대응방법이 없는 가운데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혼란스러운 에프와 노라의 앞에 한 수상한 노인이 나타난다. 노인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며 반신반의하는 에프를 집요하게 설득하려 한다. 이 노인의 정체는? 노인이 말하는 이 사건의 배후는 진실인가?

아마존 독자 리뷰 중에 있는 -'블레이드'와 'CSI'가 만났다- 는 표현 처럼 <스트레인>은 21세기형 뱀파이어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뱀파이어라는 소재자체는 식상하다면 식상한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뱀파이어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개념으로 흡혈귀를 바라본다.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면 왜 뱀파이어가 되는지, 피해자의 갑작스런 신체구조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아니 그전에 왜 흡혈욕구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은 일찌기 없었다.(없었다기 보다는 본적이 없다. 어쩌면 그런 시도가 이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유리병 속에 담긴 심장의 반응은 정말 '기예르모 델 토로' 다운 충격적인 상상력이었다.

새로운 접근법뿐만 아니라, 전설과, 과거의 이야기도 적절하게 삽입되서 뱀파이어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미래형의 완전히 새로운 뱀파이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된 퓨전요리라고나 할까. 흥미로운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까지 포함해서 스릴러로서도 매우 완성도가 높다. 3부작중 첫번째 이야기인 만큼 마지막은 여운이 남는 결말. 이정도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과연 또 어떤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될 것인지... 지금은 부디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그것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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