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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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매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재산인 그 집에서 단 둘이 살았다. 집 앞에는 길 하나가 뻗어있었고, 전나무가 가지런히 늘어선 그 길 너머로 농장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반대쪽 넓은 호수의 먼 저편 기슭에서 점점이 반짝이고 있는 밝은 불빛도 눈에 들어왔다. 호수는 집 바로 앞까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마티스와 헤게는 호숫가에 작은 배 하나를 묶어 놓았다. 집 주위의 조그만 공터에 담이 둘러처져 있었고 거기까지가 남매 소유의 땅이었다. 그러나 담장 너머로는 남매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남동생 마티스와 그 때문에 오랫동안 힘든 생활을 해와야 했던 누나 헤게의 이야기. 혹은 마티스와 멧 도요새의 이야기. 백수로 지내던 마티스는 떠밀리다시피 나간 뱃사공 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손님을 태워 집으로 데려온다. 멧 도요새처럼 찾아온 이 벌목꾼 덕분에 누나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지만 마티스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일명 "바보 사이먼"이라 불리우는 마티스는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가졌다. 그의 눈에 비치는 것들은 작고 사소한 것 까지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독자는 마티스가 보는 것들을 똑같이 바라본다. 그렇지만 그 방향이 다르다. 독자가 별생각없이 지나치는 것들도 마티스는 세심하게 관찰을 거듭한다. 포퓰러 나무, 맷 도요새, 거울같은 호수, 독버섯... 모든 것이 예외가 아니다.

순무를 솎는 작업을 하는 내내 장난치며 행복한 웃음을 참지못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누구라도 한눈에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 수 있지만, 마티스는 관찰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서야 그들이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연인이라는 것임에 분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티스의 시선은 언제나 이렇게 뒤늦게 따라온다. 둘러보고 둘러보고 발밑까지 다 찾아보고서야 그때서야 한걸음을 떼어 옮긴다. 그 시선의 거리감으로 말하것 같으면, 성큼성큼 걸어나가다가 멈춰서서 뒤쳐져오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을 쓴 "타리에이 베소스"라는 작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 작가다. 그래서 그런지 "마티스"에는 이런 지역적인 색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풍경의 묘사는 북유럽 어느 호숫가 마을의 고요한 정경이 담긴 유채화를 보는 듯 하다. 아름다운 소설이다.

동화속 어느 한 장소만을 뚝 떼어놓은 것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가 주는 첫인상은 지루하다면 지루할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티스가 말하는 상징의 의미나 그가 느끼는 위기의식을 모두 읽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의 의미를 다 알아 낼 수는 없는것. 다만 볼품없고 작고 초라하고 가치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도 섬세한 관심과 사랑을 주자는 작가의 메세지를 읽어낼수 있다면, 시종일관 소설 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마티스가 섬에서부터 배로 태우고 나오는 소녀들과의 행복한 한때는 흡사 환상소설과도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고 싶어지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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