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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메노파 마을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16살의 소녀 노미 니켈이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신의 존재나 지옥,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믿으며 자라 온 노미이지만, 그녀의 언니 태쉬는 무신론에 눈을 떠 가출한 지 벌써 3년이 지났고. 어머니 트루디마저 집을 떠났다. 엄마가 사라진 후 멍하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고지식하고 성실한 아버지 레이와, 이미 신앙을 잃어버린 노미만 남겨진 집에서는 가구가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간다...
띠지에도 캐나다 국민 베스트셀러 1위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상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화제의 책이다. 캐나다 작가라고 하면 빨강머리앤의 작가인 루시 M. 몽고메리나, 시녀이야기의 작가이자 패미니즘으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가 우선 떠오르는데 같은 북미라도 미국 작가들과는 그 작풍에 있어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하면 딱히 할말은 없지만... 어쨌든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이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 쓴 줄거리만 놓고 보면 왠지 시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도 같지만, 특별히 줄거리라 할 만한 것은 없고, 붕괴되어 가는 가족에 대한 추억이나, 어긋나고 일그러져만 가는 메노파 마을에서의 일상생활에 대해 노미가 이것저것 이야기해 가는 내용이다.
바로 여기가 이상한 부분이다.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지고 어두워질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게 만드는게 바로 화자인 노미의 어조다. 자학 유머의 극치라고나 할까 블랙유머와 같은 느낌.
한편, 서글프다. 너무나 순수하게 슬퍼서, 울어 버릴만한 곳도 있었다. 감수성이 무딘 관계로 울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 나이 또래 사춘기 소녀들의 감수성이나 일탈에 대한 욕구를 발견할 때마다 노미가 짊어진 그 짐의 무게가 한없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메노파라는 종파에 대해서는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지 생소하다면 생소하고, 그 정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정체라고 하면 수상한 뉘앙스가 풍겨서 뭣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그네들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사제복을 입고 로브를 뒤집어쓰고 음산한 소리를 내면서 행진하는 사람들을 연상하곤 했는데 완전한 오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인이 이 집단의 일원이 된다면 마구 쪽팔려 질것 같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종교와는 하등 상관이 없더라도,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노미에게 좀 더 감정이입하기 쉬울것 같다. 학교를 졸업해도 여기에 남아있으면 변변한 일도 없고 장래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곳. 적어도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서 메노파 마을은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사는 맛 안나고, 살 맛 떨어지는 동네. 내세의 삶도 좋지만 노미가 현실에서 행복해 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