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닐 게이먼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년전 동명의 영화의 원작인 "스타더스트"를 읽고 나서인데, 책을 몇장 넘겨보기도 전에 환상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때부터 닐게이먼은 신봉하는 작가가 되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스타더스트가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랄까, 향수때문이다, 켈트족 신화라던가 공주와 마녀가 등장하는 그리운 이야기들은 대부분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들이 많아, 어른이 되고나면 마땅히 읽을만한 책이 없어진다. 기껏해야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정도로 겨우겨우 갈증을 채워오던 차에, 스타더스트의 서정적이고 동화같은 상상력은 정말로 가뭄에 단비같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책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 보이더라.

어쩐일인지 그 뒤로 닐 게이먼의 작품은 소설, 그래픽노블, 구작, 신작 할 것없이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소개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상상력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게중에는 솔직히 잘 안읽히는 작품들도 있더라. 왜 그런가 했더니 그것들은 대부분 닐게이먼과 다른 작가의 공저, 아마도 닐게이먼이 쓴 시나리오나 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른 작가가 쓰는 경우인 것 같은데, 이런 작품은 예외없이 읽고 나면 실망하게 된다. 오래전에 시드니 셀던을 너무 좋아해서 그의 이름만 보이면 앞뒤 안가리고 모두 긁어모았을때랑 같은 패턴이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왠만큼 팔리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종종 나오는 듯 하다.

각설하고, 어쨌든 일급 스토리텔러 닐 게이먼이 이번에는 삶과 죽음, 사랑과 성장, 사람들 가까이에 있지만 삶과는 가장 동떨어진 공간에서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보드"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노바디 오언스"는 육체적으로는 보통의 인간 소년. 만약 그가 공동묘지에서 살게 되지 않았다면, 유령들에 손에 의해 자라나지 않았다면 극히 평범한 보통의 소년이었을 것이다. 소년에게 있어서 묘지는 보금자리이자 모험의 장소다. 몇백년전에 죽은 자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은, 생과 사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인간도 유령도 아닌자들, 지옥의 문지기로 잘 알려져 있는 켈베로스, 마녀, 버림받은 도시의 구울들, 하늘을 나는 나이트 곤트, 보물을 지키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기묘하고 무서운 스라이... 수많은 상상속의 존재들이 운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묘지를 떠나는 순간 보드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잭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호시탐탐 보드의 목숨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드는 모르고 있지만, 15년전 소년의 가족을 처참하게 살해한 범인이 바로 이 잭이었다.

최신작인 "그레이브 야드 북"은 틀림없이 닐게이먼 본인의 것이다. 외국에서도 최근 화제를 몰고다니던 책. 3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는 모양이다. 게이먼 다운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는 책이다. 유령들에게 길러져 공동묘지에서 살아가는 소년이라는 설정, 정체불명의 잭이라는 남자는 어째서 15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노바디를 쫓아다니는가, 이런 궁금증부터 시작해서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노바디를 도와주는 수많은 가상의 존재들, 모험이야기이기도 하고 판타지이기도 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깨우쳐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성장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레이브 야드 북"의 스토리는 루디야드 키플링의 "정글북"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정글이 묘지가 되고 동물들이 유령으로 바뀐 셈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20년 걸린 작품. 20년동안 줄창 이것만 쓰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처음 아이디어를 얻은것이 20년전이라고 하니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집필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한다. "계속해서 읽고 싶다. 노바디 오언스의 모험을 좀 더 함께 하고 싶다."

책의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삽화는 그동안 닐 게이먼과의 공동작업을 많이 해왔던 데이브 매킨의 작품이다. 심플한 삽화지만 책의 분위기와는 아주 잘 맞는다. 뉴베리상 수상작인만큼 문장은 읽기 쉽다. 어린 독자들에서 성인까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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