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달을 쫓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4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의 첫머리에 느끼는 까칠까칠한 우울과 행복은 이야기의 첫머리와 비슷하다."

이복 오빠가 도쿄를 떠나 나라로 간 뒤 소식이 끊겼다. 나는 오빠의 연인인 그녀에게 이끌려, 함께 실종된 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한걸음 한걸음 안개속을 나아감에 따라 차례차례 드러나는 진실. 이 여행의 종착지는...

겐고라는 이름의 배다른 오빠가 있는 시즈카는, 오빠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작해야 연하장이나 주고 받는 사이.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서툴러 항상 주역이 못되고 조역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그녀는 오빠를 찾는 여행길에도 변함없이 조역이 되어 동행한다. 그러나 몇번이나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라의 유서 깊은 명소나 사원을 따라 걷고 있는 동안, 냉담하다고도 할 수 있던 지금까지의 오빠와의 관계를 깊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전통과 정취가 있고 운치 흘러넘치는, 웅대한 역사의 땅 나라. 아스카. 수많은 사자들의 영혼이 매장된 고분들, 죽음의 향기가 감도는 이 고장은 그녀들에게 평온함을 주는 것과 동시에 복잡한 생각들을 상기시킨다. 이런 옛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향수에 잠기는가... 사람과의 만남, 관계, 연인, 상실,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 기억, 부모와 자식... 이 여행은 누구를 찾는 여행인가. 누가 주역이고 누가 조역인 여행인가.

각각의 이별과 서로의 결의를 알아가는 이 여행은, 어쩌면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낮의 달을 뒤쫓는 것과 같은 공허한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여행에서 뒤쫓고 있던 그 존재는, 보이지 않을뿐 항상 달과 같이 멀리서 조용히 그녀들을 지켜봐 주고 있었다. 따뜻하고 온화한 빛을 비쳐줄 수 있기를 바래왔다.

온다리쿠라는 작가는 압도적인 독서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가 뽑아내는 풍부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게중에는 그 결말의 착지점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 이 작품에 경우로 말할것 같으면 이야기의 첫머리를 읽고 있는 동안에는 소설속 그녀들처럼 막연한 여행길에 오른듯한 불안감, 과연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그뒤로도 내내 안개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지만,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던 전개에서 뜻밖의 결말을 이끌어내는, 역시 온다리쿠 다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이야기라고 할까, 동화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스토리는 반전, 재반전하는 미스터리 요소도 가득하고, 지금와서 생각하면 마지막까지도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없도록 한 저자의 연막에 보기좋게 당했다는 인상이 남는다. 모든것이 귀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온다리쿠식 결말의 진가를 보여준다. 이 충격적인 결말은 한낮의 달을 쫓는 여행의 끝이자 또다른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기도 하다.

"새로운 여행,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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