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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태어나서 지금까지 달은, 사냥개에게 목줄을 매어둔 것처럼 언제나 그 하늘 그 자리에 있겠거니 하고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세상에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쌈해가는 해괴한 도둑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인들 했겠습니까?" (228쪽. 달나라 도둑 중)
살면서, 작은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면서도 정작 소중한 것들에는 소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무런 댓가 없이도 그들은 항상 내 옆에 있어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잊고 살기 쉽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부모, 형제 사랑하는 사람들, 건강, 행복... 밤하늘의 달처럼 언제나 변치않고 나의 곁에서 묵묵히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탐욕과 성취감에 사로잡혀서 등한시 한다면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곁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발하던 빛이 사그러든 뒤에 후회해도 그때는 이미 늦다.
객주, 똥친막대기의 저자인 김주영 선생님의 우화집. 예의 따뜻한 교훈을 담은 짧은 이야기들이 바구니안의 사탕처럼 가득 담겨있다. 우화라는 것은 그렇다. 사람을 발가벗겨 놓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누구라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이 되게 만든다. 요즘처럼 온갖 자기계발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때에 우화가 아니어도 교훈이 되는 책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정말로 마음을 열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우화속 교훈은 더욱 빛을 발하는것 같다. 묵은 때를 벗겨내는 기분이랄까. 정화되는 느낌.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누워 듣는 옛날 이야기.
달나라 도둑은 참 예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비록 활자를 읽는 행위이지만 시각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만은 없구나. 이렇게 잘 디자인된 책을 읽을수 있다는 것은 것은 각박하다 삭막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누릴수 있는 고마운 것들 중에 하나다.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아기자기한 삽화들이 원래의 따뜻한 가르침이 있는 이야기들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그리운 기분에 젖어 있게 해준다. 아무래도 무드있는 곳에서 받는 프로포즈가. 밍숭맹숭한(혹은 순대를 먹으면서 받는) 그것보다는 훨씬 감동적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주영님의 글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라면 그림은 할아버지의 손길이고 무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