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크리모사 ㅣ Nobless Club 3
윤현승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전 한국작가들의 경계문학 단편집인 <꿈을 걷다>에 실린 단편을 읽고 알게 된 작가. 본서 라크리모사 이외에도 꽤 많은 작품들이 있는 모양이지만, 일단 각각 한편씩의 단편과 장편만을 읽어보고 난 소감은 반전을 굉장히 중시하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판타지한 이야기 안에서 거듭되는 반전이 제법 신선하다. 아쉬운 점으로 말할것 같으면 없지는 않아서 몇가지 열거할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재미있다. 디테일한 면보다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는 소설.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 도서관에서 사서실장직을 맡고 있는 루카르도가 주인공. 아내를 잃고 사랑스런 딸과 함께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는 루카르도에게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연쇄살인 용의자로 도서관장을 쫓고 있다는 것.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경찰이 일러준대로 도서관을 벗어나려는 순간 또다른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속에서는 한 여인이 루카르도에게 절대 도서관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머뭇대는 동안 경찰들이 도서관에 도착해 전해주는 이야기는 심상치가 않다.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도서관장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주위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마치 인체발화라도 한 것 처럼 피해자만 불에 태워 죽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루카르도의 주위에서는 점점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유럽을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로 쓰여져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친근하고 흡입력이 높다. 그런점도 있고, 설화, 혹은 동화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도 읽는 내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를 떠올리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레오나르와의 계약, 진실의 막같은 요소들은 역시 만화인 데스노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유명작품들을 차용했다거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고, 소설이면서도 만화책 특유의 비주얼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술술 넘어가게하는 흡입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반전의 경우에도 예의 만화적 상상력이 빛난다. 만화와 소설의 상상력의 경계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런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친숙한 기분으로 읽을수 있었다.
스토리상 시간의 제약을 두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따른 긴박감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초반부의 진행만 놓고 보면 아마도 그런것을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읽다보면 이야기의 초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수있다. 시간내에 해결할수 있을 것인가, 가 아니고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무서운 아이의 전설, 진실의 막에 걸려있는 조건과 그 논리적 모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가 등등, 흥미로운 요소가 산재해있다. 다만 고백하자면 마지막 결말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시한번 읽어봐야 할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재미있었던 소설. 한번 더 읽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