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폐허의 작가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데뷔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정말로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서스펜스다. 만약 단 한권의 스릴러만 읽을수 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이 책이다.

폐허를 읽은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작가는 한계상황, 혹은 예측못한 위기상황에서의 인간의 심리변화를 그려내는데 있어서는 초고수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정신의 소유자가 불과 몇일, 몇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 조용히 광기에 사로잡혀 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초자연적인 사건을 다룬 폐허와 비교하면 본작<심플플랜>은 일상에서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것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어서 인물들의 심리에 더욱 공감이 간다. 등장인물들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실감나서 흡사 논픽션을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심리묘사의 리얼함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심정을 절실하게 맛볼 수 있었다. 보안관과 대화하면서, 독자인 내가 평상심을 가장하려고 애쓰고 표정까지 관리하고 있디는걸 깨달았을 때는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그 감정이입이나 흡입력으로 말할것 같으면 솔직히 비교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전전긍긍했다.

미국 오하이오의 어느 벽촌에서 회계사로서 일하고 있는 행크는, 임신한 아내 사라와 함께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신년을 앞둔 어느날 행크는 형 제이콥과 형의 친구인 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중, 눈쌓인 숲속에 추락해 있는 경비행기를 발견한다. 파일럿은 이미 사망한 상태이고 기내에 있던 가방 안에는, 400만 달러가 넘는 큰돈이 들어 있다. 신고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끝에 반년 동안 돈을 감춰두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시점에서 3등분 하자는 행크의 제안으로 셋은 합의를 본다. 그런데 너무나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그 계획이 의외로 생각처럼 잘 풀려나가질 않는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로 인해서 행크는 점점 수렁속으로 빠져 든다.

전반부는 루의 방약 무인, 제이콥의 우유부단에서부터 비롯되는 위기들, 그리고 후반부는, 지금까지의 범죄를 덮기 위해서 계속해서 범죄를 덧칠해 나가면서 고군분투 하는 행크의 비참함과 동시에 보여지는 광기가 키포인트. 불안과 악몽이 서서히 증식해가면서 차츰차츰 행크의 일상을 침식해 들어가는 과정의 긴장감이 압권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자기 자신에게 허용한 욕심이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어떻게든 그 욕심을 지키기 위해서 자진해서 더욱더 나락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수면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방울이 큰 파문이 되어 퍼져 간다는 식의 스토리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아무데나 흔히 굴러다니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기분. "위험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쩌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취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연달아서 등장한다. 몇번이나 생각하지만 나만의 타계책이란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그럴때마다 역시 나라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건가, 한기를 느낀다. 오히려 행크처럼 자신이 평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욱 필사적이 될지도 모른다.

<심플플랜>이 발표되었을 당시에 대가 스티븐킹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킹이라도 과연 그럴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킹은 극찬을 남발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듯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의심에 여지가 없다. 별은 할수만 있다면 몇만개라도 주고 싶지만 5개까지밖에 줄수 없어서 일단은 5개. 쫓아다니면서 추천하고 싶은 궁극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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