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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금방이라도 나풀나풀 날아가 버릴것 같은 온다리쿠의 기상천외한 단편집. 15편이나 되는 작품이 실로 종류도 다양하다.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SF까지 기발한 상상을 보여줄수 있는 장르는 모두 동원한 것 같다. 그렇게 출발은 각양각색의 모습이지만 결국 결말은 모두 환상과 괴기라는 느낌으로 모아진다.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예전에 신문 해외토픽 란에서 자주 접하던 외국 3류 타블로이드지의 기사가 문득 생각난다.
외계인의 시체를 주웠다느니, 박쥐인간을 생포했다느니 하는 황당한 기사들을 볼때마다 얼마나 신기하고 놀랍던지. 물론 다 믿었다. 사진까지 실려있는데 설마 신문에서 그런걸 조작하리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을 때니까. 그런데 이런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접하고나면 외계인 아니라 천사를 발견했다고 해도 왠지 섬뜩한 느낌이 앞서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자신의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보면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미지의 영역을 마주하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그런 시스템인 것 같다.
일례로, 유명한 티비시리즈인 환상특급을 보면 대부분은 섬뜩한 서프라이즈가 목적인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때로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결말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에피소드들이라고 해도 결국 감상하고 난 뒤에는 왠지 모를 섬뜩하고 두려운 기분이 잔상처럼 남는다. 미지의 장소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바로 환상소설의 매력이라고 할지, 하여간에 가장 기발하고 놀라운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이 바로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고. 온다리쿠의 이 작품집 나비가 바로 그렇다.
여느때의 온다리쿠와 비교하면 기담이랄까 기묘한 이야기 쪽으로 거의 방향이 치우쳐져 있다. 그럼에도 가볍지 않고, 붕 떠있는 것 처럼 몽환적인 느낌이 묻어나오는게 어느모로 보나 영락없는 온다리쿠표 단편집이다. 요즈음의 온다리쿠의 소설들은 팬조차도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출연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 작품은 그런 와중에도 아주 좋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괴이한 발상이 너무 마음에 든다. 땅에서 거대한 손이 솟아나는 마을, 달팽이가 몰려올것 같으면 발령되는 달팽이 주의보, 피를 흘리며 장난감 로봇을 안고 있는 소녀와 이끼로 움직이는 로봇 등등... 정말 이 아줌마 별의별 상상을 다한다. 좋은 작품이 있는 반면에 그보다 못한 것들도 더러 있지만,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작은 실망감 정도는 충분히 상쇄된다.
매혹적이고 중독성있는 환상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할때마다 어쩔수없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환상특급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워낙 깊은 인상을 받아서,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한편 한편의 충격이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 되어 있다. 그런만큼 그 환상특급을 들먹이고 있으면 매우 인상깊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마무리 짓고 만다. "온다리쿠식 환상특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