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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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마를 찾아온 손님은, 사이타마 현경의 사에구사 도시유키와 젊은 나가오카 형사였다. 오랫만에 만난 사에구사를 보고 히야마는 새삼스레 지난 4년이라는 세월을 실감한다. 자신은 이 남자에게 감사인사나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 당연한 것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만큼, 그 무렵 히야마는 분노와 증오로 미치도록 흥분한 상태였다. 생후 5개월 된 딸의 눈앞에서 아내 쇼코가 살해당했다. 이 절망감을 조금이라도 치유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체포하는 것 뿐이다, 범인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만이 죽은 아내나 자신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위로가 되는 것이라고 히야마는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범인은 잡혔다. 하지만 체포는 되지 않았다. 쇼코를 살해한 범인은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세명의 남자 아이. 일본에서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처벌할수 없도록 형법 41조에 명시되어 있다. 아직 13살인 이 소년들에게는 형사 책임을 물을수도 없고,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 사건은 가해자에게는 어떤 처벌도 내려지지 않고 피해자인 히야마의 가슴을 찢어놓는것 만으로 이미 종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사에구사가 히야마를 다시 찾아온 이유는? 사에구사는 말한다. 소년 B가 살해당했습니다. 히야마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사랑스런 딸 마나미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렇지만 그 전에 어떻게든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생겼다. 아내를 죽인 그때의 소년들은 이제 17, 8세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과연 갱생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보호시설 안에서는 어떤 생활을 보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나온 것일까. 사회로 복귀한 그들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지금 어떤식으로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저 지나간 과거의 실수정도로 여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물음이 히야마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가게 한다.

제5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매우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술술 넘어간다해도 좋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범죄 피해자와 소년법이라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피해자측에서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하면서 속죄에 대해, 갱생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소년법이 안고 있는 문제는 생각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있게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한쪽을 옹호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그대로 다른 한쪽의 큰 상처로 이어진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다고 해도 논리만으로는 그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 또한 타협이라는 수단이 개입하는 것도 그다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소년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던 소년들중 하나가 살해당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놀라운 진상들이 차례차례 드러나기 사작한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고 할수있는 사안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회파 소설이면서 본격 미스터리로서 이중, 삼중의 장치가 되어 있어서 결말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상당히 놀라운 편이다. 또한, 소년법에 있어서, 미성년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가해자의 인권이 너무 경시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도록 일방적으로 몰아가다가 어느새 양쪽 모두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찰하게 하는 이 구성력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잘 쓰여진 작품이라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왔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데뷔작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만큼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저자인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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