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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딘쿤츠가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이 스피디하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전작인 <남편> 이후로 쿤츠의 작품들이 연달아서 꽤 많이 소개되기는 한 것 같은데 하나같이 기대에는 조금씩 못미쳤기 때문이다. 막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려던 참에, 모처럼 좋아하게 된 작가에게 등돌리려던 참에, 타이밍도 기가막히게 이 <벨로시티>가 나와주었다.
딘쿤츠의 명성이야 <남편> 이전에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뭐랄까 주로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몇몇 작품에서는 그다지 감흥을 받지 못하다가, 정통 스릴러라고 할만한 <남편>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남편>도 그렇고 <벨로시티>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 작가는 초자연적인 것 보다는 이 쪽이 더 잘 어울리는 듯 싶다. 사실은 쿤츠는 전자가 메인이고 이 작품들이 오히려 외도에 가깝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남편>에서의 그 스피디함, 유괴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정신없이 내달리는, 특별한 반전도 없는 주제에 플롯만으로도 그렇게 호쾌한 느낌을 주는 그런 논스톱 스릴을 이 작가에서 기대하고 싶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벨로시티>는 <남편>과 많이 닮아있다. 폭발적으로 달려나가는 한마리 치타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반전이 거의 미비했던 남편에 비하면 시종일관 의문을 달고 내달린다는 점은 다르다. 물음표달고 뛰는 치타! 어느면으로 보나 남편에 비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두작품은 평범한 남자 3부작이라는 동일한 컨셉하에 쓰여진 것들인 모양이더라.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딘쿤츠라는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볼수 있는 드문 기회인 셈이기도 하다. 3부작의 다른 한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다.
약혼녀가 식물인간이 되면서 집필에 대한 정열을 잃어버린 작가 빌리는 바텐더로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동차 와이퍼에 이상한 쪽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공포의 게임은 시작된다. 쪽지의 내용은, "이 쪽지를 경찰에 전달하지 않으면 금발의 젊은 여교사를 죽이고, 전달하면 자선사업하는 할망구를 죽이겠다. 남은 시간은 여섯 시간, 선택은 네 몫이다." 라는 불합리한 요구. 어떤 금발의 여선생인지 어떤 할머니인지도 밝히지 않는 누구라도 장난으로 치부해 버렸을법한 이 쪽지에 빌리도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찝찝한 생각이 들었는지 평소에 형처럼 잘 알고 지내는 경찰관에게 이야기 해두는 정도로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 또다시 두번째 쪽지가 도착하고 이것이 장난이 아니였음을 보여주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때부터 이야기는 의문에 의문을 거듭하면서 폭발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쪽지와 함께 빌리의 범행으로 보이게 만든 살인이 계속되어 간다. 어디선가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가지고 노는듯한 베일에 쌓인 범인과의 대결은 의문 투성이에다 근육이 팽팽해지게 만드는 공포와 긴장감의 연속이다. 어째서 회피하지 못하고 빌리는 이 위험한 진흙탕 속으로 자꾸만 휘말려가는가? 언뜻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여기에 빌리의 연인이자 아내인 바바라의 존재가 있다. 바바라는 식물인간 상태에 놓여있다. 무방비 상태인 그녀의 안위야 말로 빌리의 약점이자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빌리가 벗어날수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범인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 공포, 그리고 스스로 자진해서 범죄에 손을 더럽힐수 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해오는 정신적인 공격. 그리고 빌리의 육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물리적 공격까지.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고통. 이런 흉악하고 불합리한 짓을 하는게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지만 고양이인지 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럴수도 없다. 점점 궁지에 몰리는 빌리를 보면서 초조해 하다보면, 정말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것. 다만 마지막 반전은 조금은 작가의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반전은 그저 보너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도 이 작품의 가속도를 즐기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아무튼 마지막까지 가속만 할뿐 감속은 없는 속도감 넘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