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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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88년 히말라야, 산악가이드인 아이크는 등반객들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가 지옥으로 끌려가 버렸다! 그리고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그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을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외모, 온몸을 뒤덮고 있는 흉터와 문신들,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 지옥에서 그 자신 노예이면서 다른 인간 노예들을 관리 감독하기도 했던 아이크지만 지금은 인간의 편에 서서 다시 그 지옥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악명높은 지옥의 배신자로 대활약한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헬보이와 같은 캐릭터 중심의 만화를 보고 있는것 같지만(그런데 정말로 아이크가 등장할때마다 헬보이를 떠올리긴 했다.) 실은 대단히 디테일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 그 사건들에는 항상 정체를 알수없는 이상한 생명체들이 관련되어 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람의 몸을 발기발기 찢어 인육을 먹는 짐승과 같은 모습의 한편으로, 인간에 가까운 지적생명체이기도 한 이들은 헤이들(호모 헤이들리스)이라 불린다.

현생인류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지하에서 살아온 지저인이라는 설정. 자칫하면 외계에서 온 파충류들이 지구를 점령한다는 식의 SF로 흐를 여지가 다분한 소재이지만, 생생한 지하세계의 묘사와 헤이들의 습성, 생활방식, 역진화의 이론과, 언어, 종교의 기원을 되집어 올라가는 작업을 통해서 지하문명에 대해 파헤치는 치밀한 스토리는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면 조금 과장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다 읽고 난 지금은 의외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과 닮은점이 많은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재미도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절대 원금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마이클 크라이튼 하니까 문득 "시체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13번째 전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이 소설에도 헤이들과 같은 정체불명의 족속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아랍지역의 사자의 자격으로 바이킹의 땅을 방문한 주인공이 13번째 전사가 되어 이 시체를 먹는 종족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데, 저자서문인가 후기엔가 보면 작가는 이것이 주인공의 실제로 남긴 기록을 토대로 쓴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이 인류와는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된 인류의 사촌, 예를들자면 네안데르탈인일수도 있고... 이런 의문들과 함께 이 종족에 대해 상당히 많은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데, 거기에 비해서는 너무 두리뭉실하게 이야기의 끝을 맺는 바람에 넘치는 호기심을 미처 해소할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혹시라도 이 실존했다는 문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또다른 책이 있을까 싶어서 이러저리 찾아 헤맨적이 있는데 전혀 찾을수가 없었고 결국 이 신비의 종족 이야기는 모두 크라이튼의 상상이였다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디센트를 읽고 있는 동안에 그 생명체들이 이 책에 나오는 헤이들과 동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게다가 안개처럼 희뿌옇게 보이던 그 실체를 이렇게 선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이것은 그 결정판이 아닌가. 천년전의 인류로서는 도저히 밝혀낼수 없었던 그 수수께끼를 현대과학을 앞세운 이 소설에서는 철저하게 파헤쳐 내고 있다. 지상과 땅밑이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인류와는 엇갈린 진화를 거듭해온 이 종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롭다. 또한 인류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이기주의적인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인류에게 발견된 이상 헤이들은 앞으로 어떤식으로는 멸종의 수순을 밟을수밖에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스릴러 소설로서 디센트를 즐긴 것이라면 지금부터는 지하문명에 대한 신 보고서로서 디센트를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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