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채널제도에 있는, 태양과 바다의 섬 건지섬이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라는 이 책의 특이한 제목은 바로 이 건지섬 주민들의 문학모임의 이름이다. 문학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섬이 독일군 점령하에 있던 시절, 특별한 사정에 의해 급조된 이 모임의 회원들은 대부분 그전까지는 문학과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다. 과묵하고 내성적이지만 배려심많고 다정다감한 도시 애덤스, 모임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인 리더인 아멜리아 여사, 정체가 불분명한 수상한 물약을 제조하고 있는 이솔라 프리비, 어린 나이에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그렇지만 귀엽고 사랑스럽고 똑똑한 소녀 키티... 등등,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면서도 착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 등장인물들은, 마치 정많고 푸근한 우리네 어느 시골마을의 정경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데다가, 이런 건지섬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작가 줄리엣 에쉬튼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멤버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어느날 도시 애덤스로부터 날아든 한통의 편지가 계기였다. 줄리엣의 손을 떠난 찰스램이라는 작가의 수필전집이 우연히 도시 애덤스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책표지 안쪽에서 줄리엣의 이름과 주소를 발견한 그가 찰스램의 다른 책을 구하고 싶은데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며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에 흥미를 느낀 줄리엣과 독서클럽 멤버 모두와의 서신 교류로 이어진다. 서신을 통해 이들과 진솔한 우정을 쌓아가던 줄리엣 애쉬튼은 결국 이 사랑스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답답한 대도시 런던을 떠나 아름다운 건지섬으로 향한다.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 문학 이야기, 줄리엣은 이 다정다감한 섬사람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건지섬도 항상 평화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이 조그만 섬도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는 비켜갈수 없었다. 런던을 노리던 나치 독일이 그 교두보로서 건지섬을 점령했었던 것이다. 독일군 점령하의 5년여 동안 건지섬의 사람들은 외부와 차단된채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비록 전쟁이 남긴 상처는 건지섬만의 것은 아니였지만, 자유와 희망을 되찾은 지금도 그때의 후유증은 아직 섬 곳곳에 남아있다. 현명하고 용기있는 엘리자베스와 이방인 레미의 사연은 전쟁의 아픔과 처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안타까움으로 이야기 자체가 짖눌리는 일은 결코 없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던 그 따뜻한 시선만은 변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항상 상처를 딛고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편지와 전보, 그리고 메모에 이르기까지, 서신만으로 이루어진 이 특별한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느끼기 쉬운 그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문장 한문장 진솔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내려갈 때의 설레임과, 그것을 기다리는 설레임. 그런 즐거움과 항상 함께 하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멤버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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