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때는 1841년. 뉴욕의 한 담배가게의 여종업원인 메리 로저스가 허드슨강 호보큰 강둑에서 끔찍한 사체로 발견된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던 이 아름다운 아가씨의 의문의 죽음은 현지언론들에 의해 연일 대서특필 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사건은 점차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 한편, 리볼버식 권총의 발명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대부호 콜트가의 일원인 존 콜트는 출판과정에서의 트러블로 인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이것이 발각되어 사형날짜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그때 마침 메리 로저스와도, 존 콜트와도 모두 친분이 있던 한사람의 작가가 메리 로저스 사건의 해결을 천명하며 나선다. 그가 바로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으로 추리소설의 선구자가 된 "에드거 앨런 포"였다.

에드거 앨런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그런 수식어답게 그의 실제 인생도 소설만큼이나 파란만장하고 미스터리하다. 괴짜에다가 수수께끼에 싸인 그야말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 그런 포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추리소설 작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른다. 한 1, 2년쯤 전에 이 '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먼저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기대가 컸던데에 비해서는 그 결과물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포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파헤쳐 보이겠다는 발상은 좋았지만, 몇몇 알려진 일화들만으로 포의 행적을 재구성하는게 역부족인듯한 인상이었다. 결국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루팡과도 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식 모험활극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 작품 '가장 검은새'에서 포를 그리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일단 이야기의 중심에 포가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상급치안관인 헤이스. '포'의 생애를 파헤치자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그의 실제 알려진 일화라는 틀에서도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헤이스의 눈에 비치는 관찰대상으로서의 포는 실존했던 몇몇 인사들과 함께 주요인물로써 이야기속에 보다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던 저작권법의 인지를 호소하며 출판사와 투쟁하는 모습이나, 공격적인 비평과 독창적인 창작활동의 한편으로 경제적으로는 곤궁에 시달리고 있던 이런 포의 생생한 묘사만으로도 흥미로운데 그 포가 왠걸,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떠오른다는 설정. 구성면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얼토당토않은 매력으로 가득차 있는 작품이다.

추리소설 초창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역사 미스터리.

'포'도 포이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중반의 미국은, 추리소설을 탄생시킨 시대라는 선입견이 작용을 해서인지 역사속의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추리소설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인상이 있다. 가스등과 마차의 시대이다. 지금은 세계적 대도시인 뉴욕도, 포가 활동하던 19 세기 중반에는 인구 30만 안팎의 거리였다. 치안은 헛점 투성이이고 게다가 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뒤섞여 더더욱 범죄에 온상이 되기 쉬운 그런 환경이었다. 블랙달리아 사건을 소재로 그려진,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달리아> 처럼, 일찌기 미국을 뒤흔들었던 실제의 사건을 소재로 그려낸 역사 미스터리는 동시대를 무대로 한, 이 장르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포에 얽힌 다양한 사건은 물론이고, 출판계, 무기 업계등의 화제를 잔뜩 담아넣은것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다룬 영화나 소설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갱단들의 이름도 등장해서 당시의 분위기를, 마음껏 맛보게 해 주는, 호화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거기에 비하면 그 매력적인 플롯만큼, 그 이야기 자체는 좀처럼 닳아오르지 않는다. 당시의 거리의 모습이나 풍습, 분위기등의 묘사라는 점과 메리 로저스 사건의 진상을 쫓는 스토리에 있어서는 확실히 재미있지만, 스피디함은 좀 떨어진다. 다만 그것이 이 작픔의 약점이라기 보다는, 애초에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해야할것 같다. 숨가쁜 스릴이나 번뜩이는 반전에 가치를 두기 보다는, '포'라든가, '콜트'와 같은 실존인물을 등장시킨 사실성에 기반을 둔 흑백사진과도 같은 묵직한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그 시대의 분위기를 즐기면서 읽으면 좋을것 같다. 문학적인 정취가 때로는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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