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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NHK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의 원작소설. 남편 다카유키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버리자, 59세의 나이에 홀로 남겨지게 된 도시코는 그저 아연해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년퇴직한 남편과 함께 지금부터 느긋하게 살아가려고 하던 차에 설마 이런일이 일어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얼마후, 죽은 남편의 휴대전화에 어떤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남편은 죽기 전까지 이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막막해 하던 도시코는, 제멋대로인 아들, 남편의 애인이었던 여자와의 대립을 비롯해, 난생 처음 마주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을 겪으면서 지금껏 모르고 있던 자신을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새로운 인생의 길 위를 한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느낌은 없지만 부부로서는 그럭저럭 서로 도와가며 가정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던 남편. 음악을 하겠다고 미국으로 떠나간 뒤 결혼해서 손자까지 태어났는데도 얼굴 한번 보이지 않다가 유산을 목적으로 귀국한 뻔뻔한 아들녀석. 근처에서 따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자립했다고는 할 수 없는 딸. 가끔씩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오랜 친구들 등등. 다양하지만 현대가정에는 흔히 있을법한 주변인물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이런저런 갈등과 고뇌를 딛고 내적으로 변모해가는, 주인공 도시코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고 마냥 사람좋게만 보이던 주인공이 점차 강하고 씩씩하게 변모해 나가는 이 이야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종의 성장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도시코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조마조마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도시코의 소극적인 자세와 그 초조해하는 심정이 국적이나 세대를 초월해서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의 의미의 조마조마. 이 소설이 '엄마가 뿔났다' 라는 한국 드라마와 비교되는 이유가 비로소 납득이 간다. 씩씩하고 강하게 변모했다고는 해도 역시 주인공은 여전히 방황하거나 고민하거나 혹은 분통을 터뜨리거나 하면서 또 하루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조바심은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닌다.
기리노 나쓰오의 필력이야 새삼 말할것도 없지만 이 작가의 소설의 또다른 매력은,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는 조금 얄미운 인물들(그래도 읽다 보면 어김없이 그런 인물들의 마음까지도 이해하게 된다.)과 약간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과장된 사건들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다마모에에는 모질지 못한 주인공의 나약함이 매력의 하나로 추가된 것 같다. 작가의 전작중 하나인 아웃의 주인공은, 보고있으면 안심되고 믿음직한 느낌의 캐릭터였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도시코는 혼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줌마의 전형이다. 예의 섬뜩할 정도로 리얼한 심리묘사에 이런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까지 더해져서,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때로는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서도 때로는 순수문학으로서도 모두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을 읽고나면 언제나 포만감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