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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피아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뭐 이렇게 웃긴 소설이 다있냐. 케르스틴 기어라는 이 아줌마 정말 웃기는 아줌마다. 책한권 읽으면서 도대체 몇번을 웃었는지, 아주 떼굴떼굴 굴러다니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니까 병이 있어도 다 날아가 버릴것만 같다. 예전에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가 죽을때까지 웃다가 죽자는 생각으로 지하실에 틀어박혀서 코미디 영화만 줄창 보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남자 매일같이 신나게 웃어 재끼다보니까 놀랍게도 병이 완치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한바탕 웃고나면 기분이 몰라보게 상쾌해지긴 한다. 신나!
이 책의 주인공인 콘스탄체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조금은 순진하고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소위 쓸모없는 여편내. 일방적인 남편의 이혼통보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남편의 주도하에 시어머니가 살던 낡은 집으로 쫓겨간 콘스탄체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매두잡동을 치우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둥 이상한 말을 퍼붓는 이웃집 노파는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하고, 앞으로도 나쁜일만 연달아 일어날것 같은 그녀의 앞에 이번에는 멋진 이웃들이 나타나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이후로 이 다정다감한 이웃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콘스탄체는 점점 강하고 매력적인 엄마이자 여성으로 변해간다. 좌충우돌 별의별 사건을 다 겪고 난제들을 해결해가면서 부정적이던 생각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간다.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케르스틴 기어라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게다가 이 작가 유머러스, 아니 유머러스가 다 뭔가. 굉장히 코믹한 센스를 가지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위 웃기기 위해서 과장되거나 억지로 만들어진 인물상이 아니라 하나같이 우리 주위에도 흔하게 있을법한 인물들이다. 사소한 이웃의 소음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완고한 노인네, 자기 보다 못한 아내가 만만하고 그래서 바람을 피우면서도 당당한 남편, 고집쟁이 아이들, 재규어맨, 다정다감한 또래 엄마들부터 밥맛떨어지는 부잣집 여편네들까지 그외에도 각종 (왕창 웃긴)캐릭터가 총집합했다.
세침데기인데다가 손에 물 한방울 안뭍힐것 같던 여자아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수 있는지 볼때마다 놀라움이다. 아마도 한 아이의 엄마라는 책임의식이 여자를 아줌마로 탈바꿈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줌마라고는 해도 아직은 젊은 엄마들, 하고 싶은것도 많고 마음만은 아직도 소녀이고 싶은 젊은 여성들이다. 해서 의욕도 넘치지만 거기에 비례해서 실수하는 것도 많고 여기저기 휘둘리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다를 빼놓을수가 없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독일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독일인들의 가정은 우리나라와 많이 흡사한것 같다.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라던가 학부모들의 학구열같은 것들. 그리고 우리나라가 최근 세계최고의 이혼률을 보일 정도로 이혼이 보편화되어서 그런지 독일 부부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한국이름으로 바꾸고 동네이름만 한국식으로 바꾸면 영락없는 우리나라 신세대엄마들의 이야기이다. 무턱대고 웃기기만 하는 소설은 아니고 쓸모없는 여편네였던 콘스탄체의 성장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소위 잘나가는 엄마들의 이면에 가리워진 씁쓸한 단면들을 보여주면서 살짝 비꼬아주는 센스도 작렬한다. 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하지만은 않다. 당장은 고난의 가시밭길처럼 보여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헤쳐나갈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한없이 유쾌하고 즐거울 수 있는 곳이라는 말씀.
*표지가 좀 뭔가 엉성한 느낌이 나는게 흠. 읽고 나면 내용과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어쨌든 첫인상이 좀 섭섭하다. 이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