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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인도출신의 미국작가 키란 데사이에게 최연소 부커상 여성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 전미 도서관 협회상도 수상했다.
이야기의 주무대는 1986년 즈음의 인도, 서벵골주 북부의 칼림퐁 주변이다. 칸첸중가의 최고봉이 바라다 보이는 이 지방에서 17살의 소녀 사이는 판사직에서 은퇴한 외할아버지 제무바이와 요리사, 그리고 제무바이의 애견인 무트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이 구 소련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신 후, 사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녀원 부설학교에 있다가 유일한 혈육인 외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초오유라 불리는 집으로 옮겨왔다. 사이의 아버지는 사고 당시, 우호 관계에 있던 소련의 위성에 탑승하는 첫 인도인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제무바이는 독립 전의 인도 행정부의 판사로서 근무하고 있었다. 궁핍한 생활속에서 맹렬히 공부해 시험에 합격하고, 켐브리지에서 유학해 영국 풍의 복장이나 매너를 몸에 익히고 있지만, 영국과 인도 양쪽 어느곳에도 동화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살고 있다.
요리사는 오랫동안 판사곁에서 시중을 들어 왔다. 순종을 가장하면서, 뒤로는 밀조등을 해서 아들 비주를 미국으로 출국시키고, 그 아들에게서 오는 편지를 가장 큰 낙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비주는 세계 각지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이 일자리와 성공을 갈망하며 모여드는 뉴욕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한다.
사이는 가정교사인 대학생 지안과 연애 유희와 같은 관계를 가지지만, 네팔계 인도인인 지안은 이윽고 GNLF(고르카 민족 해방 전선)의 운동에 휘말려 초오유에 총이나 식량이 있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가르쳐 주고, 이로 인해 제무바이들은 굴욕적인 꼴을 당한다.
잔뜩 개요를 늘어놓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복잡하면서도 수다스럽다. 비참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머러스 하다. 서정적인가 하면 또 천박해 지기도 한다. 키란 데사이라는 작가의 필치는 자유 분방한듯 하기도 하고, 신중하게 계산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역시 또 펜 가는 대로라는 기분이 든다. 정형화되지 않은 리듬 같은 것이 느껴진다.
혈연, 가정, 고향, 모든 것을 통해 상실을 대대로 계승해 온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이 담긴 시선이 보편적인 감동을 불어 넣는다. <상실의 상속>이라는 제목은, 그야말로 이 소설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