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쪽 귀 토끼
오오사키 코즈에 지음, 김수현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집안사정으로 인해 아버지의 친가에 와서 살게 된 나츠와 엄마. 이 커다란 저택은 오래되고 방도 잔뜩 있는게 밤에 화장실에 가는것도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그런데 엄마는 외할머니의 컨디션 난조로 인해 친정에 간 후 주말까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고. 어떻게 하지.... 엄마에게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밤에 혼자있는건 정말이지 무섭다.
나츠는 이 저택에서 할아버지나, 할아버지의 누님인 큰할머니, 아버지 바로 위의 형인 큰아버지 일가(사촌오빠 포함)와 함께 살고 있지만, 도무지 이 집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밤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새파랗게 질려있던 나츠는 같은 반 친구인 유타에게서 누나를 소개받는다.
유타의 누나는 깜짝 놀랄만한 미소녀이지만 오래된 저택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뭔가 이런저런 특이한 점들이 있는 것 같다. 이름은 사유리 올해로 중3, 나츠는 초등학교 6학년, 이 두 소녀가 나츠의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저택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지만, 저택 안에서는 어쩐지 수상하고 불온한 공기가 떠돌고 있다.
밤이 되어 사유리의 제안으로 저택안을 탐험하던 둘은 숨겨진 문을 통해 들어간 어두운 다락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마주친다. 당황해서 도망치던 나츠는 도중에 입고있던 가디건을 잃어버리지만 다음날 가디건은 한쪽귀가 잘려나간 토끼인형과 함께 방에 놓여있었다. 쿠라나미 가에 있어서 토끼는 불길한 존재. 한쪽 귀 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누가 이런짓을 한것일까? 다락방에는 뭐가 있는걸까? 나츠는 호기심 왕성한 사유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양새로 쿠라나미가의 수수께끼를 찾기 시작한다.
상냥하고 귀여운 느낌의 소설이지만, 어린 소녀 둘이 어른들 몰래 저택안을 숨죽이고 몰래 돌아다니는 모습은 은근히 긴장감이 있다. 미스터리로서는 굳이 말하자면 앞으로의 내용을 중간에 짐작할 수 있는 편이라 의외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등장 인물들 한사람 한사람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즐겁게 읽힌다. 무엇보다도, 쿠라나미 저택에 대한 나츠의 공포심이 매우 공감이 간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몹시 무섭게 다가왔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이 오오사키 코즈에라는 작가. 시골의 낡은 옛집과, 전설, 가문에 얽힌 비밀 등등 이누가미 일족의 요코미조 세이시를 떠올리게 하는 좀 으시시한 분위기의 설정을 가지고 의외로 아기자기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가 시작될때의 나츠는, 복도에 떨어져 있는 손수건이나, 벽에 걸려있는 족자등을 보고도 심하게 무서워 할 정도였지만 사유리에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동안 행동도 점점 적극적으로 바뀌어 간다. 그런면에서 이 이야기는 어린 나츠의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는 나츠나 사유리가 아이답지않은 말투나 생각을 하고 있어서 위화감이 있었다. 나츠가 초등학교 6학년, 사유리가 중학교 3학년. 그런데 읽는 동안에는 별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대학교 선후배 사이쯤 되는 말만한 아가씨들이라는 느낌. 얼마전에 읽었던 오츠이치의 미처 죽지못한 파랑이라는 소설의 작가후기에서 이에 대한 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거기서 오츠이치는 " 나이가 어려서 <단어> 그 자체는 모른다 해도, 이름을 붙이지 못한 그 <단어>가 의미하는 뜻은 머릿속에 들어 있어서 틀림없이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납득을 했었는데, 여기서 이걸 다시한번 떠올리게 될줄이야. 어쨌든 한번 더 납득. 뭐 어차피 읽고 있는 동안에 다 익숙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