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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 하늘에 계신 아빠가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롤라 제이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8년 9월
평점 :
이런저런 매뉴얼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이런 매뉴얼만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짬을내서 한 두어번 상상해봤던게 바로 내 인생의 매뉴얼. 그 매뉴얼에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이고, 사람에 따라서 대하는 방법, 중요한 선택지에서의 가장 올바른 선택, 어떤 신발을 신었을때 가장 어울리고, 복권은 언제 어디에서 사야 당첨이며, 잠은 몇시부터 자서 몇시에 일어나야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수 있는지등등, 시시콜콜한것까지 다 들어있다. 말 그래도 나라는 존재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끌어낼수있는 일종의 해답지. 공상과학 소설에나 어울리는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이야기란건 잘 알고 있다. 그냥 상상해볼 뿐.
이 책 매뉴얼(롤라 제이 저)은 바로 그 인생의 매뉴얼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일본만화에나 나올것 같은 얼토당토않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속에 얼마든지 있을것만 같은 매뉴얼이라는것. 그리고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라는것. 글쎄, 기발하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였지만 뭐랄까 굉장히 따뜻한 상상, 아름다운 상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롤라 제이라는 작가는 분명히 마음도 따뜻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른살의 나이에 앞으로 일년밖에 살수 없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버지가 다섯살짜리 딸을 위해 남긴 한권의 초록색 다이어리. 바로 그 인생의 매뉴얼이다. 열두살 생일이 되던 날 루이스는 고모로부터 이 다이어리를 건네받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때에 고작 다섯살이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을 희미하게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엄마는 루이스의 말에 의하면 빙고장에서 만난 어떤 놈팡이와 재혼했다. 아빠 이야기는 거의 안하고 지내던 루이스의 가족. 그래서 갑자기 건내받게 된 아빠의 메세지가 더욱 뜻밖이다. 루이스는 울음을 터뜨린다.
매뉴얼은 이렇다. 죽음을 앞에 둔 아버지가 남겨진 딸에게 편지형식으로 남긴 인생의 조언들. 열두살에서 열일곱살 시절의 딸에게 보내는 메세지로부터 시작해서 열여덟살부터 스물한살때의 딸에게...이런식으로 아버지가 죽던 나이와 같은 서른살까지, 그리고 그 후의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매뉴얼의 규칙은 각 연령에 도달하기까지는 그 연령에 해당하는 메세지를 읽어보지 말 것.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필요한 기타 상황들, 예를 들자면 이성친구와의 첫키스같은 항목은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열어볼수 있다. 이후로 이 매뉴얼은 루이스의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지침이자 등불이 되어준다.
정말로 현명한 아버지가 아닌가. 이 매뉴얼이 있음으로 해서 루이스는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며,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루이스의 마음속에 아버지의 모습은 한결같다. 아버지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였든(좋은 사람이던 나쁜 사람이던)간에 실망할일도, 다툴일도, 서로에게 상처입힐일도 없는, 루이스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우상과 같은 존재로 남는다. 사춘기가 되어가면서 부모의 조언은 귓등, 콧등으로도 듣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반항, 이유없이 벌어지는 부모와의 거리감, 갈등 그런것들은 루이스부녀에게는 결코 해당되지 않는다. 실로 이상적인 부모이자 친구이자 조언자의 관계이다. 어떤 누구보다도 루이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수가 있었다.
루이스가 어린 아들을 위해 매뉴얼을 작성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지만 작품전체에 넘치는 따뜻함을 느끼는데는 남녀구별이 없다. 다만 루이스가 딸이 아닌 아들이였다면 이보다는 조금 다른 느낌의 매뉴얼이 되었겠지만... 그렇다해도 그 바닥에 깔린 아버지의 사랑만은 동일하다. 일종의 성장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인생의 매뉴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쩐지, 가까운 사람들과 진솔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