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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ㅣ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초인기 베스터셀러인 해리포터나,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된 나니아 연대기 같은 소설들을 보면 모두 어린 소년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마법과 신화의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주인공들은 본래 현실세계의 일원이였다는 설정도 동일하다. 그들은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잇는 특별한 통로를 통해 이방인으로써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빗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슬픔이 채 희석되기도 전에, 엄마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간호사와 재혼을 한 아버지에게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새엄마와 새로 태어난 배다른 동생까지도 미워서 견딜수가 없다. 그렇게 현실에서 방황하던 평범한 철부지 꼬마는 뜻하지 않게 동화속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세계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평범한 삶을 살던 소년 소녀가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활약한다는, 혹은 영웅이 된다는 설정은 확실히 그 또래의 어린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이다. 나 역시도 어린시절에는 수도없이 이런 상상을 했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상상 한번 하지않고 자란 아이가 설마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아이들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언제나 꿈꾸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에는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열광하게 된다. 지금의 어른도 예전에는 모두 어린 아이였으니까. 처음부터 어른이였던 사람은 별로(혹시 모르니까)없을 것 같다. 누구라도 이런 상상의 나래를 피던 시절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동심을 잊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것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가슴 한구석에서 잠들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휴화산처럼. 이제와서 어린아이들 동화책을 보면서 새삼 감회에 젖기는 힘들지만, 어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작품을 만나면 종종 그 화산은 폭발하곤 한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런 류의 소설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꼬브라진 남자, 늑대인간 르로이, 반인반수들, 트롤같은 환상소설에나 나올 캐릭터들과, 친숙한 동화속 인물들이 잔뜩 등장한다. 단, 그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동화속의 그 모습은 아니다. 일곱난장이들이 백설공주에게 살인미수죄를 저질렀다면 과연 믿을수 있을까. 동화속 그 인물들이기는 하되, 다소 현실에 찌든 인물들. 더이상 말도 안되게 순진하고 착해빠진 그들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데이빗. 현실은 어릴적 읽던 동화속 세상처럼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상과는 거리가 멀고, 게다가 아이의 가치관으로는 혼란을 느끼기 쉽상인 것들 투성이다. 현실은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이상이 아닌, 진짜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의 일부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언제까지나 마냥 충격에 빠져있을수는 없지 않을까. 어떻게든 이 녹록치 않은 세상을 살아갈수 밖에는 없다.
전쟁의 포화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언제까지고 어린아이로 남아 응석을 부리고 있을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꿈과 희망만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세상은 아니지만, 그 어려움을 딛고 바라보는 세상은 또 그 나름대로의 빛을 발하고 있는법. 누구라도 그러하다. 이 책은 꼬마 데이빗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는 이야기. 한 소년의 성장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