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토템 1
장룽 지음, 송하진 옮김 / 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초원민족이 지키려는 것은 큰 생명체다. 그래서 그들은 초원과 자연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경민족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작은 생명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큰 생명체가 사라지면 작은 생명체도 전부 죽게 된다."

봄의 길목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각지에도 멀리 중국대륙으로부터 황사가 날아든다. 만리장성으로도, 도중에 가로막고 있는 바다로도, 혹은 최첨단 과학기술로도 그것을 막아낼 방법은 없다. 예전에는 비옥한 초원이였던 광대한 몽골 평원이 불모의 사막으로 변해가는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현대인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한권, 아니 두권의 책이 무지한 나의 머릿속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늑대토템 상, 하(장룽 저)를 읽은 것은 정말이지 하나의 새롭고도 놀라운 경험이였다고 생각한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1970년대를, 내몽골 올론 초원에 하방되어 11년간 유목생활을 하며 보낸 북경의 지식 청년 천전과 함께, 나 역시도 시공을 뛰어넘어 초원으로 떠나 있는 듯한 현장감을 시종일관 느낄 수 있었다. 초원민족의 두려움의 대상이자 경배의 대상이기도 한 늑대에게 매료된 천전은, 금기를 깨고 새끼늑대를 잡아 사육하는 일종의 모험이자 실험을 시도한다. 천전은 이 한마리의 늑대에게서, 절대 인간에게 굴복 하지 않는 늑대의 본성을 빠짐없이 배워 나간다.

우두머리의 통솔하에 노련하고 뛰어난 전술을 발휘하는 늑대의 무리, 가축을 습격하는 그 늑대들과의 엄청난 사투, 공방전, 포식 관계인 초원의 동식물들 간의 섬세하고 미묘한 균형과 연쇄작용, 오랜 세월동안 늑대 토템을 숭배하고 경배하는 전통을 사수해 온 유목민족의 예지, 초원을 침탈하는 농경민족과 초원의 생명들과의 충돌 등등...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국면에서의 천전의 체험이 써내려져간다.   

천전과 늑대와의 관계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이 이상 더 스릴 넘칠수 없는 동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큰 문맥 안에서 늑대가 몽골 제국의 흥망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또 중국의 역대 왕조에는 어떤 영향을 끼쳐 왔는지, 훗날 도시에 돌아와 학구의 길을 걷는 천전의 역사관에 있어서 그 중축이자 신념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늑대의 가르침에는 끝이 없다.

이 자전적, 지지학적, 민속학적, 역사학적, 환경학적(아직도 얼마든지 더 열거할수 있다) 소설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33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창조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대작이다. 늑대(유목민족)와 양(농경민족)의 대비만으로 민족성을 판단할 수가 있는가, 중국의 왕조나 각국의 군웅할거를 그렇게 흑백논리에 의해 논할수 있는가, 반론은 얼마든지 쏟아져 나올수 있을 것이다. 타국의 독자인 내가 그런 의문을 떠올릴 정도라면 아마도 당사자인 중국인들에게는 국가의 주체성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늑대토템이 대자연을 이야기하고, 사람과 늑대를 포함한 생명체들을 관찰하고, 변화하는 지구에 대해 사색 하는 장대한 무대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늑대 들의 생태는 압도적인 매력으로 독자를 덮쳐온다. 지금 이순간에도 어둠속에 울려퍼지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정말로 들려 오는 것만 같다.

저자는 멸종해가는 늑대의 종족 보존, 재생을 설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자유와 불굴의 영혼의 상징으로서의 늑대의 귀환을 말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하나의 신화를 쓰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알고, 이 책을 직접 읽게 될 사람은 두말할 나위없이 행운아다. 그리고 그 행운아중 하나인 나는 지금 말할수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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