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학수 고대하던 스티븐 킹의 신간이 나왔다. 타이틀은 듀마 키 "Duma Key". 듀마 키 라고 하는 것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이다.

주인공 에드거는 건설 현장에서의 불의의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데다가 뇌에도 큰 손상을 받게 된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극심한 두통과 억제하기 힘든 분노성 발작, 기억의 손실로 괴로워하게 되었다. 일을 할 수 없게 된데다가,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마저 떠나보낸 에드거는, 이럴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났다며 자살까지 심각하게 고려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에드거는 담당의사의 추천을 받아들여, 젊은 시절 조금 배운 적이 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마음 먹는다. 오랜 세월 동안 살아 온 미네소타를 떠나 플로리다의 듀마 키로 옮겨온 에드거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에 대한 자신의 재능에 놀란다. 그는 사고로 인한 후유증과 괴로움과 맞바꾼 이 재능을 꽃피워 화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그림은 평범한 그림이 아니었다. 그가 빼놓고 그리지 않는 부분은 현실에서 소멸하고, 그리는 것들은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 듀마 키라는 섬에는, 무언가 터무니없이 이상한 힘이 있다!  그 비밀을 푸는 열쇠는 이 곳에 살고 있는 한 노파와 그녀의 쌍둥이의 자매에 얽힌 과거속에 숨겨져 있는 듯하다.

"듀마 키의 그림들이 가져오는 정서는 공포였다. 억제된 공포. 썪은 돛에 묶인 채 해방을 기다리는 공포."

스티븐킹의 소설에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그 만의 공포가 존재한다. 먹구름처럼 엄습해 오는 공포는 대체로 마지막이 되는 순간까지도,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힘들지만, 반면에 그 존재감만은 당장이라도 눈에 보일것 처럼 뚜렷하다. 책을 읽는 내내 정체를 알수 없는 무언가에 지배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존재감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것이다. 굳이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있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은 킹의 또다른 소설 속 뿐일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이런 독창적인 공포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몇번을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또다시 그의 소설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듀마키를 발표한 이후에 어느 인터뷰에서, 듀마키에 대한 극찬이 난무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킹은 지금의 평론가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으며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이여서라는 답변을 한 적이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혹평을 가할 평론가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저세상으로 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에 비판을 가할 평론가가 없다는 이야기. 요는 비평가들이 모두 자신의 팬이라서 점수를 많이 받을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킹의 겸손이다. 최근에 그가 내어놓은 작품들이 그리 평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였던 것만 보아도 그렇다. 듀마키는 왕의 귀환이라는 말이 결코 무색치 않은 작품이다. 듀마키를 지배하는 공포는 킹만이 만들어 낼수 있는 전형적인 킹표 공포였다. 독창적인 분위기와 독창적인 캐릭터, 독창적인 설정, 그 이상으로 독창적인 스토리. 그리고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유머러스한 대사들. 킹을 좋아하는 독자의 눈으로 볼때 듀마키는 그야말로 최상급의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렇다면 킹을 모르는 독자에게는? 모르긴 몰라도 킹교의 독실한 신자의 길로 가는 티켓쯤 되지 않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