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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주술 ㅣ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악의 영혼, 악의 심연으로부터 이어지는 악의 3부작 시리즈 최종 이야기. 전작인 악의 심연에서 주인공인 조슈아 브롤린과 함께 대활약한,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시리즈는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두 작품을 먼저 읽지 않았어도 스토리를 즐기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과거라던가 각 인물사이의 감정의 교류를 알고 보는 편이 아무래도 더 큰 재미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이면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읽는것도 의외로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그렇다면 역시 읽는 순서는 그냥 각자 마음가는데로...
앞의 두작품이 그렇듯, 악의 주술 역시 그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수험생은 읽지 마시요' 라는 경고문이나, 약속 있는 사람,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읽기를 자제하라는 주의문구가 붙어있어도 순순히 납득이 갈만한 수준입니다. 한번 잡으면 도저히 책을 놓을수가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저 역시도 이 '악의 3부작'은 전부 앉은 자리에서 독파해버렸네요. 이야기의 템포가 좋고,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합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정체를 알수없는 사악한 눈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아무리 애를써도 무언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절박한 심정, 그것이 가져다 주는 긴장감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 긴장감을 중간에 물리치고 다른 일을 보기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체의 얼굴은 무시무시했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죽음이 너무나 강렬하게 목숨을 앗아가는 바람에 무겁고 강렬한 삶의 흔적이 명부로 옮겨가지 못하고 육신을 둘러싼 껍질에 남은 것이다.
공포로 가득 찬 얼굴.
여자는 공포로 비명을 지르며 죽어있었다.
호러스릴러를 표방하는 작품인만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트레이드마크같은 엽기적인 범죄는 여전합니다. 이번작에서도 역시 그 기상천외한 살인방식이 눈에 띕니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고치 속에 들어있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피해자의 몸은 장기는 물론이고, 뇌까지 모두 빼내어져 박제처럼 텅텅 빈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출구가 되었을 절개된 부분이 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죽는 순간의 공포가 고스란히 얼굴에 들러붙어 있는 끔찍한 시체에 대한 강렬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그 처참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건의 개요를 들여다보면,
- 미국 포틀랜드의 숲에서, 인근의 거주자가 맹독을 가진 거미에게 물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 그로부터 일년 뒤, 한 환경 보호국 직원이 숲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목에는 거미에게 물린 자국으로 짐작되는 흔적이 남아있지만, 체내에서 발견된 독의 양은 거미 한마리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다.
- 의문의 여성 납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피해자는 남편과 함께 자고 있던 도중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 침실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의 다툼의 흔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곁에서 자고 있던 남편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비로소 아내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 납치된 피해자의 시체가 거미줄로 만들어진 거대한 고치에 싸여 숲 속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발견된다. 검시 결과 피해자의 몸에는 절개부위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몸 속 내장과 뇌가 없어진 상태이다.
거미와 독에 정통한 범인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엽기적인 살해 방법을 고안해내고, 또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류의 표현이 질색인 사람이라면 피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던 범죄가 조금씩 그 진상을 드러내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처음 맞닥뜨렸을때는 이런 초현실적인 발상을 과연 독자가 수긍할만한 전개로 이끌어 갈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결국은 리얼리티라는 부분에서도(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이야기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황당할 정도로 기괴한 상태의 시체가 발견되던 순간을 생각하면, 이 리얼리티를 위한 자료수집에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을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복어에서 추출한 독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네요. 이야기의 전개와는 별개로 더 깊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였습니다.
한꺼풀씩 한꺼풀씩 벗겨지는 수수께끼, 그리고 수수께끼가 또 수수께끼를 부르는 스토리는 독자의 호기심을 라스트까지 완전히 못 박아 놓습니다. 독 때문일까요. 이제는 막심샤탕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아요.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다가 갑작스럽게 급강하 하면서 심장을 뒤흔드는 롤러코스터같은 감각이 참을수없이 즐겁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이 지루한 사람, 아드레날린을 마음껏 분출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스릴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