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 야수들의 밤 밀리언셀러 클럽 80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학생 운동이 한참이던 시대의 일본을 무대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그리는 인간과 흡혈귀의 사투. 1969년 여름. 데모에 참가하던 도중 기동대에 쫓기게 된 고등학생 레이는 몸을 피하기 위해 뛰어든 골목안에서 처참한 살육 현장을 목격한다. 일본도를 휘둘러 누군가를 참살한 범인은, 놀랍게도 세라복 차림의 소녀였다. 흩뿌려진 핏자국, 간담이 서늘해지는 날카로운 칼날, 어둠속에서 흔들거리는 불꽃 같은 푸른 눈동자. 순간, 소녀가 레이를 향해 칼날을 쳐들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 제지한다. 사야.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였다. 그날부터 레이의 주위에서 수상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레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사야가 전학을 온다. 그녀의 목적은?  

 

사람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리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이름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오시이 마모루' 라는 사람이 그렇다. 물론, 오시이 마모루는 지나간 과거의 사람도, 나와 깊은 관계가 있는 사람도 아닌, 현재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영화 감독일 뿐이지만, 마치 '열려라 참깨'라고 주문을 외우면 바위문이 열리는 것처럼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의 공각기동대라던가 기동 경찰 패트레이버 같은 애니메이션에 사로잡혀 있던 나의 그 시절을 통째로 떠올리게 되곤 한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 야수들의밤'은, 그런 오시이 마모루의 소설이며, 극장판 영화이자 PS2의 게임이기도한 「BLOOD THE LAST VAMPIRE」의 사이드스토리적 작품이다. 그렇지만 외전격이라고는 해도 영화나 게임에서 미처 다 표현할 수 없었던 심오한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수수끼끼의 소녀 사야를 본 날 이후, 갑자기 앞에 나타난 자칭형사 고토다와 함께 레이는 연쇄 살인사건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할만한 부분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과도할 정도의 현학적인 문장. 문장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 이야기등 모든 것에서 그런 인상을 받을수가 있다. 압권인 것은, 이야기의 중반즈음에 등장하는 고토다의 '인간의 시체처리의 역사'에 대한, 30 페이지 정도에 걸친 강의장면. 이거 조금너무 한거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의 지식의 홍수가 독자를 덮친다. 그러나 그런 현학적인 면이나 학생운동이라는 조금은 진지하고 심각한 시대상을 제외하고 보면 이 소설은 혈기 왕성한 청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레이가 경험한, 기묘하고 잔혹하고 비현실적인, 그렇지만 틀림없는 청춘의 이야기.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패트레이버의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때때로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이라는 것이 납득이 갈 정도로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 영상미가 넘치므로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는 느낌으로 즐길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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